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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거래 늘고있는데…증권사 통제시스템은 구멍 '숭숭'
전산처리 늦어 '유령주식 매매'…"당국 관리감독 소홀 책임"
2018-08-09 18:33:00 2018-08-09 18:33: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의 시스템 발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재하지 않는 해외주식이 한 증권사를 통해 매매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에 나선 가운데 해외주식에 대한 점검은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유진투자증권에서 실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매매된 사실이 발생해 투자자와 증권사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당시 개인투자자 A씨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프로셰어즈울트라숏다우 30'종목 주식을 665주 보유중이었다. 5월 이 주식이 4대1로 병합되면서 A씨가 보유한 주식은 166주로 줄어들고 주당 가격은 8.3달러에서 33.18달러가 됐다. 문제는 주식병합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유진투자증권이 이를 전산에 반영하지 않아 A씨의 계좌에는 665주가 그대로 표시되고 주가만 4배로 올랐다는 것이다. A씨는 주가가 오른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전량 매도, 유령주식 499주가 추가로 매도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이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시장에서 499주를 매입해 구멍을 막았고 그 비용을 A씨에게 청구했다. 그러나 계좌에 표시된 만큼 거래해 수익을 거뒀고, 전산 처리를 제때 하지 않은 것은 증권사의 잘못인데 그 비용을 왜 돌려줘야 하냐는 것이 A씨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업무처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삼성증권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현행 시스템상 해외주식의 권리배정(증자·배당·액면분할 및 병합 발생시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배정할 주식수를 산정하고 지급하는 업무)는 우선 해외 기관에서 한국예탁결제원에 관련 사실을 실시간으로 보내고, 두 번째로 예탁결제원이 이를 증권사에 전달하며, 마지막에 각 증권사가 자동 혹은 수작업으로 전산시스템에 입력한다.
 
이때 일부 대형 증권사는 CCF방식(Computer to Computer Facilities : 예탁결제원을 통해 증권회사 간 데이터를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는 SAFE방식(예탁결제원 인터넷 기반의 통합업무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CCF방식은 실시간으로 전산 처리가 되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담당 직원이 직접 전산시스템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해당 주식의 매매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해 전산처리 후 거래를 재개한다.
 
 
CCF나 수작업 방식 중 무엇을 택할지는 각 증권사의 몫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CCF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예탁결제원에서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증권사 내부통제 개선방안에 해외권리배정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주식 권리배정시 증권사가 일부를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어 잘못 입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CCF방식으로 증권회사에 전송하도록 개선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국내 주식에 한해서다. 즉 해외주식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점검은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와 관련해서 국내주식에 초점을 맞췄다"며 "해외주식은 국내주식과 업무 프로세스가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 문제"라며 "기술의 발전을 감독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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