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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 최저임금 ‘눈치게임’
정부와 지원책 줄다리기…누가 먼저 손들까 눈치
2018-07-17 14:42:41 2018-07-17 14:42:4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저임금 고통분담을 둘러싼 편의점 업계의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편의 점주들은 파업을 유보하며 정부와 본사에 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본사는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하나라도 더 정부 지원을 끌어내길 원한다. 그 속에 서로 겁내는 상황은 어느 한쪽이 먼저 지원책을 발표해 공을 독점하는 경우다. 지난해 이미 그런 경험이 있어 업계 내 분위기도 흉흉하다.
 
편의점주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 등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GS25, 세븐일레븐, CU, 이마트24 등 가맹본부에 대해서도 신규 출점 또는 근접 출점 금지,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편의점 본사는 이미 기존에 지원안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업계가 노력한 만큼 이번엔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화살을 돌린다.
 
본사가 추가 지원을 한다면 출점 제한이 유력해 보인다.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던 신규 점포 수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반전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출점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사들은 지난해 이미 최저수입 보장, 개점 지원 등 다양한 유형의 지원책을 내놨다. 그 중 GS리테일은 반경 250m 이내 편의점이 있을 시 출점을 자제하는 근접 출점 제한 방안도 약속했다.
 
본사들은 여기 살을 보태기에 앞서 정부 지원을 기다려야 한다는 속내도 비친다. 정부와 줄다리기가 필요한데, 업체간 암묵적 합의가 얼마나 지켜질 지 서로 불신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본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지원책을 기다리던 중 GS의 돌발 발표로 결국 업계만 부담을 둘러쓰게 됐다”며 “허창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호프데이 참석을 앞두고 선물보따리를 안긴 셈인데 정부 지원책을 기다리던 점주들도 고개를 젓게 만든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하 대책 중 하나로 밴(VAN)사 카드수수료 조정 방안을 꺼내 둔 상태다. 이달 31일부터 VAN 수수료가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된다. 정부는 소액 결제가 많은 편의점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내다봤으나 정작 업계에선 지나치게 기대효과를 부풀렸다며 반감이 없지 않다.
 
점주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매출에서 담배 세금분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편의점 매출에서 절반 가까이 담배가 차지하는데 담뱃값의 74% 정도가 세금이라 거기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 점주가 짊어져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다. 마찬가지로 기름값의 세금이 높아 카드수수료 부담이 큰 주유소업계는 카드수수료 반환 청구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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