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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산업계 실세로 떠오른 이동걸 산은 회장
장관급 영전 하마평 계속, 장하성 라인에 정치권 후방지원
GM 사장 면담서 '금융위원장 패싱'…원칙보다 일자리효과 강조
밀어붙이기·오락가락 구조조정 선례, 산업재편 과정서 마찰요인 우려
2018-06-28 08:00:00 2018-06-28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융권과 산업계의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는 데다 정치권의 천거로 경제금융 수장 후보로 매번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위세를 바탕으로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한계기업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 등 민간시장의 기업평가는 배제하는 등 독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조선업, 건설업 등 주요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산업은행발 마찰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동걸 회장의 금융위원장 하마평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개혁 정책에 대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개혁색이 뚜렷하지 않은 '늘공(늘상 공무원의 줄임말, 관료 출신)'에 비해 개혁 성향의 이동걸 회장이 '실세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 외부출신)'으로 그만큼 존재감이 크다는 뜻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정부의 첫 국책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등학교 동문으로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금융정책 자문을 맡으면서 쌓아온 정치권의 후방지원도 큰 몫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이명박정부 당시 금융연구원장을 사퇴한 이후 민주당 몇몇 의원 지지 모임을 추진할 정도로 폴리페서 성향"이라며 "지난해 본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책자문역할을 맡았는데, 문재인정부 출범후 여당 의원들의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걸 회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과 더불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첫 금융위원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안팎의 상황이 맞지 않으면서 금융위원장에 오르지 못했고 대신 산업은행 회장으로 금융당국과 연을 맺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직을 수행하려면 청문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안다"며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부동산 관련 투자 내역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재산은 35억원으로 금융공기업 수장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산업은행장으로서 이동걸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핵심 이해관계자인 기업 노사가 고통분담과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은 금호타이어, STX조선, 한국GM 구조조정 합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는 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경우 산은이 민간 채권단과 의견 교환을 충분히 교환하지 않은채 기업의 독자생존을 전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주거래 은행이라 채권단 협의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독자생존을 전제로 한 채권단 고통 분담을 강조하기 이전에 주주협의회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이 기업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GM 사태때에는 '한국GM에 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1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면 나쁜 장사가 아니다'는 발언이 그렇다. 한국GM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원칙보다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당시에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정부부처 수장들과 면담이 잇달아 무산되자 이동걸 회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실사와 신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기관이지만, 과거 중대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에서 금융당국이 키를 잡았던 것을 미뤄보면 금융위원장을 건너뛰고 산은 회장과 면담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국 관계자는 "혈세 지원이라는 부정여론 때문에 금융위원회조차 GM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대우조선, KDB생명, 현대상선 등 산은이 처리해야 할 굵직한 기업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민간 채권단이 들러리를 선다거나 기업이나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 원칙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정치적으로 구조조정을 속도있게 추진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조선업, 건설업 등에서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가 상당히 많은데, 나쁜 선례를 만들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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