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일부 신흥국과 달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통화·재정정책은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 보다 경기회복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6월 미국 금리 인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간 금리격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에 비해 외환건전성이 개선됐고,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제 기초체력이 양호에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발생해도 국내 경제 기초체력 강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원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여력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연이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통화가치 변동 ▲IMF위기판단지표 ▲외환보유액 등을 기준으로 '신흥국 위기설'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모든 지표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통화정책, 재정정책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보다는 국내 경기 부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경기 상황을 볼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 민 현대연 연구위원은 "경기 동행, 선행지수가 모두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현재 경제상황은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물가 상승률도 1%대 중반 수준으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경기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규 취업자수가 7만명대로 떨어진 5월 고용동향 지표 등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고용상황은 심각한 상황이다.
또 미국 경기 호조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되는 점을 고려해 대미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미국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다만 "일부 신흥국의 위기발생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위기설 평가에서는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이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과거 두 차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이 확대됐을 때 외국인 자금 유출입 규모가 커졌던 점도 유의할 점으로 꼽혔다. 1차 금리 역전시기(1999년6월~2001년2월)에는 각각 16조원·1542억원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발생했으며, 2차 금리 역전시기(2005~8월~2007년8월)에는 각각 31조7000억원·12조1000억원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7년말 기준 국내 은행의 취약 신흥국 대외자산 보유비중은 0.9~3.4%로 높지 않았지만, IMF위기판단지표상 고위험군과 외환시장 취약성이 부각된 12개국 자산보유 비중은 8.8%로 신흥국 전반이 취약해질 경우 국내 은행들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올해 중 금리인상 횟수 전망이 기존 3회에서 4회로 상향조정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외환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미세조정과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강화를 통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신흥국 위기점검 결과. 자료/현대경제연구원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