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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도’(禁度)를 ‘금도’(襟度)로 착각하지 말자
2018-06-12 17:09:12 2018-06-12 17:09:12
최근 한 언론사가 배우 추자현의 출산 후 근황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네티즌들이 들끓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생명권 존중이 빠진 보도이기 때문이다. 추자현이 위독하단 보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기사는 ‘금도’(襟度)를 넘었다.
 
‘금도’(襟度). ‘옷깃 금’에 ‘법도 도’를 써서 ‘금도’다. 풀어보면 ‘남의 잘못을 감싸주는 너그러운 마음’ 다시 말해 ‘아량’이다. 옷깃의 끝자락처럼 사소한 잘못은 봐 줄 수 있는 정도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금도’(襟度)를 사용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금지한다’의 금(禁)을 사용한 ‘금도’(禁度), 즉 ‘절대 하면 안 되는’ 잘못도 있다.
 
기자로서도 마찬가지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도’(禁度)가 있다. 오보로 확인되기 전까진 다른 매체 보도를 비난하거나 부정하면 안 된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일 수도 있고, 해당 언론사 보도 지침이나 규율, 나아가 기자의 취재과정 및 취재원에 대한 암묵적 존중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존중하고자 하는 타 언론사 취재과정에서 ‘금도’(禁度)가 발견됐을 경우엔 어떨까? 때때로 언론은 ‘단독’ 및 ‘특종’이란 타이틀에 매달려 ‘금도’(禁度)를 넘어선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다시 돌아오자. 추자현이 출산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단 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 후속보도다. 공개된 추자현 소속사 관계자와의 인터뷰 전문은 ‘넘지 말아야 할 선’ 즉 ‘금도’(禁度)를 넘은 모습이 선명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추자현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기자는 ‘사실 확인’이라며 ‘병원 방문’을 요구했다. 일종의 팩트 체크란다.
 
다양한 취재 과정과 나름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추자현 의식불명’ 보도를 냈을 것이다. 그 다음 당사자 측으로부터의 항의에 의식불명 상태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겠단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추자현은 생사를 오가는 의식불명 상태다. 침대에 누워 호흡기에 의지한 연예인의 모습을 ‘특종’을 위해 확인해야겠으니 보여 달란 것이다.
 
2014년 4월16일 언론은 이미 ‘금도’(禁度)를 벗어난 죄악을 저지른 바 있다. 건국 이래 최대 참사가 일어났지만 당시 사실 확인 없이 내보낸 잘못된 보도로 전 국민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았다. 생명권에 대한 ‘금도’(禁度)가 “아니면 말고”식의 ‘금도(襟度)’로 치부된 순간이었다.
 
생명권에 관한 보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취재를 하고자 하는 대상이 취재원이기 이전에 생명이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생명권은 그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존중 받아야 한다.
 
추자현도 마찬가지다. 배우이기 이전에 생명이고 사람이다. “멀쩡한지 확인해 보자”란 발상에서 비롯된 사실 확인 요구가 소름 끼치고 공포스러운 이유다.
 
김재범 뉴스카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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