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거부한 경총…송영중 부회장 끝내 경질 수순
"사용자측 이해 대변에만 몰두,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해야"
입력 : 2018-06-12 17:20:05 수정 : 2018-06-12 17:20:0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고용노동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에 선임된 송영중 부회장이 끝내 경질될 전망이다. 상임부회장이 과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경총 역사상 처음이다.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이익단체 2인자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조직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외부인사에 대한 문호를 닫고 있는 폐쇄적인 경총 조직문화가 시대의 변화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총은 12일 배포한 ‘송영중 상임부회장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더 이상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현재 직무정지 상태에 있는 송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회장단 회의를 개최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날 오전 경총 회관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송 부회장을)업무에서 일단 배제했고, 조속한 시일 안에 회장단 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직후에 공식입장이 나왔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임부회장으로 있으면서 큰 일을 하지도 않았다”며 송 부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손 회장에 앞서 출근해 “자진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송 부회장은 이후 자신의 차를 타고 회관을 빠져나갔다.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4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해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이 경총 상임부회장으로 첫 공식행사였다. 사진/뉴시스
 
송 부회장의 퇴진으로 노사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기업간 가교는 무너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노사정 대화 창구에서 배제됐던 경총은 올 초 박병원 회장과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일가 기업인 가운데 가장 어른이자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손 회장이 선임되면서 기대를 받았다. 여기에 송 부회장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와 노동계로부터의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관계는 경직 상태로 되돌아갔다.
 
경총 관계자는 “경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려고 했으나 회장단은 물론 경총 내부에서도 더 이상 분위기를 지속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면서 “아픔이 크더라도 상처를 빨리 도려내고 치료해 예전의 경총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부인’인 송 부회장이 경총의 조직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총은 1970년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경제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단체”라면서 “경제단체들이 챙기기 부담스러운 노사 현안을 총괄하는 단체이고, 사용자를 대신해 그들에게 유리한 논리로 노조의 주장에 끝까지 맞섰다”고 설명했다. 경총이 노동계 입장에 밀리면 사용자측 전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과격하다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는 것. 그는 “그러면서 경총은 사용자측에 불리하다 싶은 정책에 민감할 만큼 반감이 세다. 회원사들의 압박도 상당하고, 고문 등 다양한 자격으로 경총에 손을 대고 있는 전직 임원들의 영향력도 강하다”면서 “외부의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경총인데, 조직을 이끄는 최고위직 중 한 명인 송 부회장이 노동계에 편향된 말과 행동을 보였으니 반발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 권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새로운 추세에 맞게 경총도 기존과는 다른 전향적인 노사관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노동자를 수반한 제조업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렸던 1970~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서비스, 판매 등 비제조업 노사관계도 중요한 이슈”라면서 “과거의 시각으로 미래를 보고 있는 경총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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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명석

뉴스토마토에서 재계를 담당하고 있는 채명석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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