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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파기 우려에 출렁이는 국제유가
하반기 미국 중간선거·사우디 국영 '아람코' 상장…"국제유가 80달러대 돌파" 전망
2018-05-08 19:28:24 2018-05-08 19:28:24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국제유가가 이달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경제 경제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가운데 미국은 오는 20일 대선을 치르는 베네수엘라에도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높은 감산 이행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배럴당 70.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70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거래일보다 1.7% 오른 배럴당 76.17달러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도입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역시 현물가격이 2.8% 상승한 배럴당 72.46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뛴 배경으로는 미국이 이란과 베네주엘라에 각각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는 점이 우선 꼽힌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여부를 8일 오후 2시(현지시각, 한국시각 9일 오전 3시)에 발표한다. 미국 정부는 이란 핵협정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뱡항으로 가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석유시장은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이란은 석유 매장량이 세계 4위, OPEC 2위 산유국으로 수출길이 막히면 세계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은 2016년 1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미국 셰일오일과 함께 유가상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20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경제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혀 원유 공급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올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세계 경기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 산유국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감산에 합의하고, 이후 합의를 연장해 올해 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세계 1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어 유가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실적을 냈던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유가상승은 원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유업계의 경우 널뛰기 실적이 예상된다. 단기간에 재고평가이익을 기록하지만, 유가상승이 계속되면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원가부담이 늘지만, 하류부문(다운스트림)의 폭이 넓기 때문에 정유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손실 폭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동산 원유를 견제해왔던 미국 셰일오일이 최근 생산량의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점진적으로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유가급등은 단기적으로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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