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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통합행정으로 더 큰 서울, 세계적 수도 만들 것"
"한 표라도 더…" 김문수, 빼곡한 일정에 교통정체 땐 지하철로 이동
2018-04-22 17:04:15 2018-04-22 17:05:43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서울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박원순 현 시장이 확정되면서 주요 정당 간 대진표가 완성됐다. 박 시장과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간 3파전은 6·13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다. 재선 서울시장인 박 시장,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거친 김 전 지사, 두 번의 대선에 출마했던 안 위원장까지 셋 모두 인지도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물들이다. 현재 집권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업고 박 시장이 선두에 선 가운데 다른 두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1강(박원순)·2중 구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게 선거판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50여일. 각 캠프마다 필승 전략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뉴스토마토>는 각양각색의 행보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세 후보의 표밭갈이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21일 오전 8시 10분경. 신림로 관악산 입구에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자신의 이름과 기호 2번이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벤치에 앉아 있던 등산복 차림의 한 남성이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휴대폰으로 김 후보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를 기다리던 지지자였다. 기자가 김 후보에게 다가가 산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산은 언제나 말없이 반겨준다”며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악구 남현동에서 15년을 살았다”며 “서울 남쪽에선 관악산이 가장 좋다”고 했다. 이날  첫 유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4월답지 않은 초여름 기온과 화창한 날씨에 등산객들이 제법 모였다. 등산로 입구에 서서 인사는 김 후보를 사람들은 여전히 ‘김문수 경기도지사’ 혹은 ‘김문수 의원’으로 불렀다. 경기도 화성에서 직원 40여명을 고용해 타이어 부품 공장을 운영한다고 밝힌 한 남성은 김 후보에게 “경기도지사 시절 기업들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면서 “요즘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으로 사업한 게 후회되고 너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지자체 차원의 세금 감면 등 노동자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을 보완해 영세 자영업자와 사업자 배려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화답했다.
 
30분쯤 지나자 선거캠프 직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다섯 명 정도 되는 단촐한 인원이었다. 이상로 SNS 팀장은 “선거캠프를 당사에 꾸려 임대료를 절약하고 유세할 땐 지하철로 이동하는 등 선거비용을 최소화하고 인원도 소수정예로 소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한국당 금천구의원 예비후보인 윤영희, 정순기, 조윤형, 박찬길 후보와 강구덕 구청장 후보가 김 후보와 똑같은 빨간 점퍼를 입고 와 함께 등산객을 맞았다. 등산객들은 후보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는 10시 30분경 청계산 원터골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국 카메라가 등산객들과 인사하고 얘기 나누는 김 후보의 모습을 담아가기도 했다. 두 살쯤 돼 보이는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오자 김 후보가 품에 안았다. 아기가 울지 않고 안겨 있자 아기 엄마는 신기하다고 웃었다.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선 삼십 명쯤 되는 노인들이 김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방송을 하는 듯 핸드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며 김 후보를 인터뷰하고 답변에 환호하기도 했다. 김 후보 옆에 가까이 선 한 지지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있었다.
 
김 후보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캠프 직원의 회색 소나타 차량에 탑승했다. 관악산 일정부터 함께 하던 캠프 일원이 도시락을 들고 함께 차에 탔다. 도로가 꽉 막히자 사당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 김 후보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봉원사로 향했다.
 
김 후보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민주화운동 시절 몸을 숨기던 기억에 절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스님들과 담소 나누며 절 안을 둘러보자 “김 의원님이 행차하셨냐”며 신도들이 다가왔다. 북한산과 수락산 자락, 만경대와 인수봉, 백운대가 한눈에 보이는 도선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에 당선되면 서민정책에 신경을 많이 써달라”는 스님의 당부에 김 후보는 “과거 공장 노동자 생활을 7년, 옥살이를 2년 반 했다”면서 “서민 삶이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시민들과 대화하는 내내 줄곧 “문재인 정부의 수도이전 개헌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에게 “‘집중성의 편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도로서 서울을 더욱 개발하고 수도권 지방정부와 협력해 미세먼지와 주거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날 새벽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이루기 전까진 방심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 폐기를 약속한 뒤 저버린 전력이 있어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했던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박원순 시장이, 바른미래당에선 안철수 후보가 확정돼 23년 만에 서울시장 후보 삼자구도가 형성됐다. 박 시장의 50%대 지지율에 대해 김 후보는 “박 시장은 지난 7년 간 시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지도가 있다”면서 “정부의 수도이전 추진 반대와 박 시장이 백지화한 서해뱃길 사업(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구상으로, 김포와 여의도 사이 한강에 뱃길을 만들어 경인 아라뱃길과 연계하는 사업)을 공약해 차별화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후보 단일화는 두 후보의 현재 지지율을 그대로 합친 데다 시너지를 얻어 박 시장의 지지율을 넘어설 때에만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현재 안 후보가 확보하고 있는 중도성향 유권자의 지지는 단일화 후 일부 박 시장 쪽으로 이동해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본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후보는 오후 6시 대한여의사협회 심포지엄 참석을 끝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저녁 9시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찍고 캠프 개별 회의를 마친 뒤 밤 10시가 돼서야 집으로 이동했다.
 
그의 유세현장 곳곳엔 태극기나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이 함께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이들은 김 후보에게 든든한 아군이면서도, 촛불집회 참여율이 높았던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반감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캠프에 20~30대 비율이 25% 정도 될 정도로 청년민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유세현장에 젊은이들과 함께 다니며 상대적으로 ‘노인정당’으로 비춰졌던 이미지를 개선하고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김 후보의 유세 일정을 함께한 박소연씨(23·여성)는 “해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작년 8월 귀국했다”면서 선거캠프에 자신과 같은 해외대학 출신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청 쪽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문으로 태극기 집회를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한국의 탄핵 당시 정치상황은 뉴스를 통해 접했지만 실제로 태극기 집회를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21일 관악산 입구에서 청년들과 사진 찍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왼쪽)과 지하철 청계산입구역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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