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A항공의 30대 인턴 조종사가 회사로부터 위촉해지를 통보받은 뒤 신병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조종사는 부기장으로 승급하기 위한 훈련과정에서 두 차례 시험에 떨어진 뒤 사직서를 냈다.
12일 항공업계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턴 조종사 B씨는 지난달 28일 전북 순창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다음날인 29일 사망 선고를 받았다.
B씨는 수년 동안 미국의 비행학교에서 제트 항공기 조종을 배웠다. 고등 비행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A항공에 입사한 뒤 이니셜 과정을 거치던 중이었다. 자신이 조종할 항공기 기종에 대해 훈련을 받았다. 그러다 이니셜 기종 시험에서 두 차례 떨어졌다. 부기장으로 승급하기 위한 수습과정을 밟던 중 낙방하면서 조종사의 꿈도 멀어졌다.
B씨는 지난달 26일 A항공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회사는 시험에서 떨어져 조종사 수행이 어려워지자 위촉해지를 통보했다. B씨도 이를 받아들이고 같은 날 사표를 냈다. 같은 달 28일 전북 순창에 내려가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신혼 생활 중으로, 조종사의 꿈이 좌절되자 심적인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가족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호사와 산업재해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조종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조종사 수습과정에서 떨어지면, 다른 항공사에 입사조차 어렵다. 훈련과정에서 떨어졌다는 낙인이 찍혀 사실상 이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설명이다. 한 조종사는 "대형 항공사는 물론 LCC까지 업계에 금방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 항공업계는 기장과 부기장이 모의비행훈련(SIM 훈련)에서 두 차례 불합격할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를 인사위원회를 통해 까다롭게 검증한다. 조종사들이 매년 SIM 훈련에 압박을 느끼는 이유다. 조종사들은 비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항공 관계자는 "시험에서 떨어져 위촉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승객 안전을 위해 부기장으로 승급시기키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조종사의 사망사고는 2016년 4월 이스타항공 C씨가 과로사한 이후 두 번째다. C씨는 푸켓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비행을 준비하던 중 조종석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C씨는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됐다.
조종사 집회 현장.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