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해양이 생사 갈림길에 서는 등 조선업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총이다. 일각에서는 혈세 투입 효과를 경영 성과로 착각,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앞 신호등에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 사진/뉴시스
대우조선은 지난해 6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에서 해제되는 등 반등의 기미도 보인다. 하지만 이를 순수한 경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손충당금 환입과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구안 이행의 결과일 뿐, 영업활동을 통한 실적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5년 4조2000억원, 지난해 3월 2조9000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지난해 채권단의 출자전환액 2조9000억원을 합치면 대우조선에 쏟아부은 혈세만 총 10조원에 달한다.
이는 회계부정에서 비롯됐다.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이 2015년 취임한 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2조~3조원대 손실을 입었다고 뒤늦게 밝힌 데 이어, 이듬해 회계추정 오류를 이유로 5조5000억원대 적자를 분산 반영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정 사장의 생명 연장 논리로도 활용되고 있다. 경영진 교체 시기에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대규모 손실처리)가 업계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추가 부실이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주인 없는 기업이 낳은 나태한 관행은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행보도 발목을 잡는다. 올해 2월 기준 자구안 이행률을 보면 현대중공업 100.5%, 삼성중공업 71.17%, 대우조선 47.7% 순이다. 최근에는 대우조선 노조가 임금인상을 추진하면서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이었던 '고통분담' 약속을 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달 5일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 '주인찾기'를 중장기 과제로 제시, '빅2' 체제로의 재편 논의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면서 조직의 긴장감도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2016년 자구안을 내놨을 때보다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보고, 자구계획 이행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반해 대우조선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느슨해지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력 없는 기업을 정부와 채권단이 끌고 가는 것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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