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 한국 기업들 '노동탄압' 심각…"신남방정책 우려스럽다"
현지 활동가들 한국 찾아 실태 증언…저임금·임금체불에 여차하면 해고·공장폐쇄
"정부, 해외투자기업 인권침해·법위반 관리감독 강화해야"
2018-03-29 17:39:09 2018-03-29 17:39:09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1. 최근 캄보디아 의류공장에서 일한 현지인 A씨는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파업에 나섰다 해고됐다. 파업에는 동료 노동자 58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들 모두 일자리를 잃는 처지가 됐다. 이 회사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은 캄보디아의 인건비가 낮은 점을 이용해 현지에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노사분규가 일어나자 공장폐쇄라는 악수를 둔 것이다. 사태해결에 동참했던 프렛 소 우옷 CLC 변호사는 "'한국인은 최악의 사용자'라는 이미지를 캄보디아에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2. 지난달 베트남에서 한국 의류업체 '광림 텍스웰 비나' 공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한달 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 2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체불임금 규모는 1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공장에 경영진은 없었다. 국내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재고를 팔아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노동계 관계자는 "임금 지급이 지연돼 현지 노동자들의 속이 타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노동자가 임금체불 등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지에서 노조 결성이 활발해지면서 노사갈등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동남아 시장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는만큼 안정적 기업활동을 위해서라도 노동법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노총과 국제노총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투자 기업의 노동법 위반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노동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은 저임금을 지불하고, 현지 노동법을 위반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투자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노동법 위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지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노사분규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대부분 국내 기업의 현지 법인에서 발생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근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미얀마는 3년 만에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 인상률이 33%에 달한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9.8%, 8.71% 인상됐다. 
 
에두아르드 마르파웅 인도네시아노총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인은 (현지 노동자에게) 최악의 사용자"라며 "한국 대사관에 찾아가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리고, 시위해도 대사관이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파업 등 노사분규도 늘고 있다. 김 티 투 하 발전과 통합센터(CDI) 노동권팀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베트남에서 노사분규가 가장 많았던 사업장은 대만계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2016년까지 노사분규가 가장 많았던 기업은 한국계 기업이다. 현지에서 대만계와 일본계 기업의 노사관계는 안정화되기 시작한 반면 국내 기업의 상황은 반대였다. 그럼에도 노동법 위반 시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처벌에 인색하다는 설명이다. 카잉 자르 아웅 미얀마노총 관계자는 "부당해고의 벌금이 700달러에 그쳐 노동법을 위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노동법 위반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남방정책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교류와 협력을 미·중·일 주요국 수준으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교류 확대로 인한 피해가 현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UN의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 권고를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국적 기업의 인권 보호 의무를 담고 있는 이 지침은 2011년 제정됐다.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에서 인권침해 등이 발생했을 때, 국내연락사무소(NCP)를 통해 진정을 처리한다. 이들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NCP를 두도록 해 분쟁 발생 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CP에는 노동계, 경영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아세안 노동계의 우려를 제대로 검토할 것이라 믿는다"며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노동법 위반을 정부가 관리감독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때 베트남 경제계 인사를 만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현지에서 임금체불 등을 예방할 수 있게 국내 기업에 대한 노사관계 자문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 노동계 관계자가 29일 서울 중구에서 한국 기업의 노동법 위반사례를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