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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종목Why)'사면초가'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 속 상폐 기로
“경영 성과 문제 없어…투명성 확보가 관건”
2018-03-28 08:00:00 2018-03-28 0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비타민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053950)이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의 분식회계와 난관에 빠진 인수합병(M&A) 절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경남제약은 다음달 12일까지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고 상장 폐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지난 2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따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경남제약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기간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다. 당시 매출과 매출채권 49억8900만원을 허위 계상했고 추가로 공사비를 부풀려 유형자산을 과대 계상해 위반했다고 증선위는 지적했다. 경남제약은 당시 경영진이었던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9월28일 부인 명의로 된 지분 13.79%를 본인 명의로 전환, 최대주주로 등극(20.84%)하면서 문제가 심화됐다. 최대주주가 된 이 전 대표는 회사의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이 전 대표는 최대주주가 된지 3개월 만인 올해 1월 11일 이지앤홀딩스(에버솔루션으로 현재 대상이 변경)와 텔로미어에 장외 매매를 통해 지분 전량을 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 경영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서 문제는 해결되는 듯 했지만, 국세청이 이 전 대표의 주식 전량에 가압류를 걸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시장의 관심은 상장폐지 여부에 모아진다. 최근 경남제약은 중국 진출 기대감에 주가가 고공행진 해왔다. 지난 2일 주권 매매거래 정지가 되기 직전 거래일인 2월28일 회사의 주가는 13.16% 상승한 1만72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초 5000원대였던 경남제약의 주가는 지난달 22일 52주 신고가인 1만86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유통주식 수는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의 지분 20.84%를 제외하고 79.16%에 달한다. 상장폐지로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경남제약은 15일 이내(4월 12일)에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한국거래소는 해당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영업일 기준) 기업심사위원회 심사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거래소에서 문제로 지적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최대주주 예정자인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에 대한 경영 불확실성 ▲이 전 대표의 위반 행위와 주식 전량 압류 사항 등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현 사업현황 및 재무사항과 관련해서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한국거래소가 문제 삼고 있는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해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안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개선계획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경남제약의 현 경영진과 이 전 대표는 소송으로 얽혀 대화가 쉽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며 “또, 바뀔 예정인 최대주주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거래소에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 중인 기업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주기 어렵다”면서도 “회사 영업 상황이나 재무 상태가 문제가 없을 경우, 경영진 문제만으로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릴 순 없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경남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401억원에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집계했다.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7억원, 49억원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또한 상하이 지역 내 현지법인 설립 등 중국 진출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경남제약은 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결정과 관련 조속한 대응의 일환으로 긴급이사회를 갖고 오는 30일 예정된 정기추총 안건 일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부터 최대주주 예정자에 대한 경영투명성 의구심 및 국세청으로부터 전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 및 주주권 일체가 압류된 사실에 입각해 ‘주식매매계약’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고, 주총 안건 일부에 대한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남제약과 현 경영진은 ‘최대주주 주식매매 계약’ 등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희철 최대주주와 최대주주 예정자(에버솔루션, 텔로미어)가 요청한 신규 이사 및 감사 후보를 주총 안건으로 이사회에서 추천한 바 있다.
 
경남제약은 지난 2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따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경남제약 레모나의 팝업스토어.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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