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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교역 100조' 목표…불행한 역사 딛고 '핵심파트너'로
문 대통령, 22~24일 베트남 순방서 전방위적 교류 확대 합의…정부 간 MOU 6개 체결
2018-03-25 15:25:53 2018-03-25 15:25:5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24일(현지시간) 신남방정책의 ‘핵심거점’ 베트남을 국빈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이자, 베트남의 올해 첫 국빈초청이다. 2박3일 간의 순방기간 양국은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핵심 협력파트너임을 재확인하고 ‘한·베트남의 새로운 25년을 여는 미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등 베트남 고위 인사들과 연쇄회담을 통해 2017년 기준 639억불(약 69조원)인 양국 교역액을 2020년까지 1000억불(약108조원)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경제관계를 심화하고 문화와 교육, 외교·국방 등 전방위적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두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교역 1000억불 달성 액션플랜 ▲소재부품 산업협력 ▲교통 및 인프라 협력 ▲건설 및 도시개발 협력 ▲4차 산업혁명 대응협력 ▲고용허가제 등 6건의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악수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또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꽝 주석과 23개 문단으로 구성된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선언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의 핵심인 ‘사람(People) 공동체’,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평화(Peace) 공동체’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과 미래비전 등이 담겼다.
 
양국 정상은 연례적 정상회담 등 양국 간 각종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에도 합의했다. 한-베 다문화가정 지원을 늘려 양국 국민의 정서적 간격을 줄이고, 소재부품·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도로·공항건설 등 베트남 인프라 확충에 한국기업 기여도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농수산물 등 베트남 제품의 국내 유통과 소비를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단순히 상품만 교역해 한쪽이 일방 이득을 보는 불공정한 구조가 아닌, 기술협력·인적교류 등을 늘려 서로 혜택을 보는 상호호혜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박항서 감독이 22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축구협회 국가대표 훈련장을 방문해 시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에도 현지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공공 외교’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순방 첫 일정으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사상 최초 준우승까지 이끌며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날 행사도 베트남 현지 언론이 생중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인들이 열광하는 축구를 매개로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하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5일 베트남 마지막 일정으로 하노이에 있는 한 쌀국수 가게를 찾아 현지 서민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이 가게 쌀국수 가격은 7만5000동(약 3800원)이다. 문 대통령이 순방국 현지 서민식당에서 조찬을 한 건 중국 베이징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반영된 동시에 상대국 국민들의 호감을 얻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문 대통령식 공공외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베트남 쌀국수집을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베트남 이혁 대사 내외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에는 꽝 주석을 만나 베트남전과 관련,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공식사과는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과거사를 항상 직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꽝 주석은 공개된 자리에서 “훌륭한 말씀 감사하다”고 짧게 답했으나, 비공개 회담에서는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베트남 내부 사정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의 유감표명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분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해국과 가해국이 명확한 한국-일본과 달리, 민간인 학살 논란은 있지만 한국-베트남은 그 관계가 모호하다. 베트남에게 있어 베트남전 상대는 미국이고, 한국은 용병 개념으로 참전한 국가다. 또 베트남이 승리한 전쟁이기에 패배한 쪽이 사죄하는 것도 모양새가 어색하다. 미국 등 다른 주요 참전국들은 유감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국내적으로는 아직까지 전쟁 상흔이 남아있어 과거사를 부각시키는 것은 베트남 측에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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