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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명확한 당국 정책 나와야 가상화폐 계좌 풀것"
"당국 부정적 입장 바꼈다" 공감…"세부 가이드라인 없이 나서기는 부담"
2018-02-21 19:37:59 2018-02-22 13:57:43
[뉴스토마토 문지훈·백아란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 계좌 발급을 독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은 기존의 '신중 모드'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거래 계좌 수수료 등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정부의 세부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금융당국의 말만 믿고 계좌 발급을 확대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가상화폐 거래 계좌 발급을 독려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실제 계좌 제공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의 가상화폐 거래 계좌 발급을 독려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실명계좌 확인, 불공정거래 및 자본세탁에 대한 견제와 단속 등의 대응들이 규제 강화가 아닌 정상적 거래를 위한 것이라며 "시중은행 중 신한·농협·기업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했으면서도 거래하지 않고 있는데 새 가상화폐 거래 계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은행들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들에게도 거래 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최 원장의 발언에 대해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줄곧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원장의 이번 발언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 원장의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앞에서는 풀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은행권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다른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전에도 가상계좌 제공을 막지 않는다고 했지만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과 은행 현장점검 등으로 압박을 가한 만큼 최 원장의 이번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발언 이후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더 뛴 점을 보면 시장에 혼란만 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당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됐지만 가상화폐 거래 계좌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 결정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검토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를 독려한다고 해서 즉각 시행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빗썸과 코빗에 관련 가상계좌를 발급한 신한은행은 현재 코빗에서만 기존 투자자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자에게도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빗썸에 대해서는 기존 및 신규 투자자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업비트 기존 가입자에게만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기업은행과 빗썸,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농협은행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비트 신규 가입자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 불가 입장은 종전과 같은 상태"라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가상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지만 계좌 제공과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부의 세부 정책이 나올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비롯한 '블록페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올해 상반기까지 수립한다고 밝힌 상태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 거래 계좌 제공을 적극 독려하겠다고 했지만 가상화폐를 비롯한 블록체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지훈·백아란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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