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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선순환 동반성장' 모델 제시…부품사들 "가뭄에 단비"
2·3차 협력사 기금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수혈…전문가들 "글로벌 강소 부품사 나와야"
2018-01-25 06:00:00 2018-01-25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차를 넘어 2·3차 중소 부품협력사까지 지원하는 ‘선순환 동반성장’ 모델을 본격 가동하면서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부품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는 곧바로 국가산업발전에도 이바지 할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직접 거래하지 않는 2·3차 협력사까지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등 재계 전반에 미치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선정 과정이 남아있지만 자동차 부품·소재 등 관련 중소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 등 경영난을 겪던 와중 가뭄의 단비 같은 지원 소식에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24일 ‘선순환 동반성장’ 5대 전략의 핵심사업인 ‘상생협력기금’ 및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펀드’의 효율적 운영과 집행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상생협력협약’을 체결했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안정 자금 지원을 위해 ‘상생협력기금’ 500억원을 출연해 올해 상반기 내 전액 2·3차 협력사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수혈한다. 이 같은 투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소위 밴더의 밴더업체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1000억원 규모의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펀드’를 신규 조성해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도 본격 시행한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직접 거래하지 않는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완성차업체의 경쟁력 저하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에서 부품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품업체 경쟁력이 곧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부품사의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번 기금 지원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뿌리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2·3차 소재·금형업체 등에 직접 지원함으로써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선순환 동반성장’ 모델이 본격 가동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협력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2·3차 협력사들은 1차 협력사와 달리 완성차업체의 직접적인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어 처우개선 등이 불가능했다"며 "1차 협력사들은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2·3차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상생협력기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임은 틀림없다"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상생의 길을 적극 모색해서 사회분위기를 바꿔가는 물꼬가 터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조치로 밴더의 밴더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조치로 자동차 뿐만아니라 다른 산업으로도 여파가 미칠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부품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완성차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부품협력사의 지속성장 및 상생협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1차 협력사는 물론 2·3차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완성차의 질적 성장까지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품사 중에서도 글로벌 강소기업이 나와야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완성차업체들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지원의 의미가 크며 앞으로 더 활발하게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추기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전과 달리 현재 부품 협력사들은 대부분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업체에도 똑같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결과적으로 경쟁업체를 도와주는 꼴이 될수도 있지만 국가산업 발전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통 큰 결정이란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지낸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현대차그룹 주주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며 “현대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기 위한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의 구체적인 상생협력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을 시작한다. 우선 ‘상생협력센터(가칭)’ 건립 및 2·3차 협력사 전용 교육프로그램 개발, 맞춤형 R&D 기술 지원 프로그램 운영, 품질기술봉사단 확대 등 2·3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그룹은 2·3차 협력사가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R&D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기술 개발방법, 부품개발 프로세스, 기술·표준 관리 등 R&D 체계 구축을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다.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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