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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경영기조 변화 바람, 시스템·체력 강화 초점
관리형 CEO 경영 전면 배치…구조적 변화 대응·체질 강화 전망
2018-01-11 06:00:00 2018-01-11 06:00:00
[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관리형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포진하면서 조직을 정비하고, 시스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시장 환경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기업의 체력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CEO에 재무전문가들이 중용되고 있다. 삼성물산(000830)현대건설(000720),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재무통을 나란히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장 사장(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사진/각사
 
전날 삼성물산은 이영호 부사장을 건설부분장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이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거친 재무전문가다. 이번 인사 전까지는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한 이 사장은 회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키우고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지난 5일 박동욱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박 사장은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자동차를 오가며 양사에서 재경업무를 관장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CFO 출신인 박 사장이 해외 사업 수익 제고와 회사 재무 안정화에 앞장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도 김대철 경영관리부문 사장을 신임 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현대차 국제금융팀장과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HDC자산운용 및 아이콘트롤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GS건설(006360)대우건설(047040), SK건설, 롯데건설의 수장들도 재무통으로 분류되고 있다.
 
과거 건설업계에서는 건축·토목·해외사업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주로 회사를 이끌었다. 수주관리가 우선시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장형 보다 관리형 CEO들이 약진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수장선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되면서 안전 경영이 부각되고 있다. 해외사업도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기업의 재무능력과 기업의 역량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조직 관리는 물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시장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대형사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기초체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찰과 경찰을 대형사들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의 금품수수 혐의 등을 문제삼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국내 주택시장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민간분양 택지 공급이 부족하고,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는 정비사업 외에는 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되면 대형사들은 2~3년 후부터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사 수장들도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다수의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건설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혁신과 신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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