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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의 '아픈 두 손가락'…편의점·헬스앤뷰티 사업
'이마트24' 누적손실 '끙끙'…H&B스토어 '부츠' 걸음마 단계
2017-12-07 06:00:00 2017-12-07 09:54:16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올해 재도전에 나선 편의점과 H&B(헬스앤뷰티)스토어 사업이 내년에도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업 모두 정 부회장의 유일한 '아픈 두 손가락'이라 할만큼 시장에서 고배를 마셔본 영역이어서 내년도 향배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야심작 중 하나인 '이마트24'는 최근 대대적인 몸집키우기에 나서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지난 2013년 12월 편의점 업체 '위드미에프에스' 지분 100%를 사들인 후, 2014년 7월부터 위드미 편의점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편의점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러나 포화로 접어든 편의점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7월 사명을 '이마트24'로 변경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총 7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현재까지 총 1580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이마트24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3년 동안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이마트24 점포 수는 2014년 501곳에서 지난해 1765곳, 11월 현재 2550곳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3년 내에 5000곳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매장 수 증가는 매출 신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784억 원으로 2015년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다만 내실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편의점만 유일하게 고성장을 달리는 가운데 이마트24만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이마트24의 누적손실은 75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은 358억 원으로 2015년 271억 원보다 늘었다. 이로 인해 2015년 말 4.84%였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기준 94.4%로 대폭 올랐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3분기 이마트24의 영업적자는 78억원에서 114억원으로 36억 가량 증가했다. 업계에선 이마트24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350억원보다 늘어난 4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명을 교체한 뒤 추진중인 편의점 간판교체 작업도 4개월여가 지났지만 연내 마무리도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점주들과의 충분한 소통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사명을 교체한 데 따른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편의점 사업 재도전이 오히려 잘되고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보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편의점 시장은 포화상태로 인구 대비 편의점수를 계산하는 편의점 밀도가 2015년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넘어섰고,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등 기존 사업자들의 지배력이 워낙 막강해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H&B사업도 정 부회장에겐 한차례 고배를 마시게 해준 시장이다. 지난 2012년 자체 H&B 브랜드인 분스를 론칭했던 정 부회장은 당시 자사 유통망을 통해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입점시켰지만 올리브영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범 3년이 지났지만 매장은 7개에 불과했고 매년 적자를 내자 결국 정 부회장은 분스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하며 정리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정 부회장은 올해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부츠(Boots)를 앞세워 재도전에 나섰다. 주요 거점에 매장을 속속 내면서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엔 여의도 IFC몰에 323.14㎡(97.75평)규모의 부츠 7호점을 선보였다. 부츠는 지난 1849년 영국에서 시작한 H&B숍이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와 계약을 통해 부츠 독점 운영권을 따내고 올해 5월부터 H&B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5월 스타필드 하남점을 시작으로 고속버스터미널, 명동점, 스타필드 고양점, 부산 센텀시티, 코엑스, 여의도 IFC몰까지 총 7개의 부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분스'의 실패를 딛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에 대적할 수 있을 지 시장에선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통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H&B시장에 신세계 부츠가 단기간에 안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H&B시장 1위인 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이후 시장을 줄곧 장악했다.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850개로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발주자인 GS리테일의 왓슨스(151개), 롯데의 롭스(92개) 등이 뒤를 쫓고 있다. H&B시장 규모가 2015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2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주도권이 막강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 부회장은 럭셔리 화장품의 구성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부츠는 슈에무라, 맥, 베네피트, 아베다, 르네휘테르 등 백화점에서 구매가 가능한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백화점과 경계를 허물정도의 프리미엄 H&B 스토어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에서다. 또한 부츠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넘버세븐과 솝앤글로리, 보타닉스 등은 물론 이마트의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센텐스 등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영역에서 영토확장을 거듭하며 승승장구 중인 정용진 부회장의 도전의식이 편의점과 H&B 시장도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두 시장 모두 포화로 접어든데다 기존 사업자들을 추격하기도 어려운 구조를 띄고 있어 원하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24 매장 전경(왼쪽)과 부츠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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