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규제 입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가상통화 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범죄 또는 피해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일 금융당국과 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규제 필요성을 논의했다.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통화의 통화적 성격은 인정하지 않으며, 가상통화를 수반한 거래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세탁, 탈세 등 부작용 최소화에 주목해야 할 시기로 가상통화의 성급한 제도화보다는 소비자 보호 등 측면에서 9월 대응방안을 마련했었다"며 "정부가 가상통화의 가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국무조정실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향후 TF를 법무부 중심으로 운영하며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통화의 기술적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에서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식 수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가격이 매겨질 수밖에 없는 기술적 배경을 설명하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암호화폐가 논리적으로 따라 붙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단속하겠다고 하면 불균형적 발전이 이뤄지게 되고, 세계적인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블록체인이 기존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기계 간 거래, 자동차 간 거래, 인공지능 간 거래가 보편화될 수 있다. 사회적 규율을 만드는데 있어서 과거에 준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5년, 10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ICO(신규코인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전면금지 등 가상통화 거래의 제도화에 부정적입 입장을 보이는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진화 공동대표는 업계의 자율규제와 가상통화취급업 인가제 등을 도입하는 전자금융거래법(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안)의 병행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구청에서 몇 만원 내고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조세행정을 만들어 나갈지 우려된다. 얼마전 거래소 서버가 중단된 사례도 있었는데 결국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되는 것 아닌지, 이런 상황에서법무부가 단속의 칼날만 휘두르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통화의 성격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개별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지나치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한국은행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는 가상통화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보고 있다"며 화폐 또는 지급수단으로서의 성격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단계 판매 피해 가능성, 자금세탁 등 범죄목적 악용 가능성을 제한하는 규제의 시급성은 인정하는 한편 가상통화의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진화 블록체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화 블록체인 공동대표,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 정순섭 서울대 법과전문대학원 교수, 차현진 한국은행 결제국장, 한경수 위민 대표변호사,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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