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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MB는 '노무현 파일'을 공개하라
2017-11-20 06:00:00 2017-11-20 06:00:00
적폐사건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이 연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거란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MB정권 당시 여론 조작으로 충성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 수하들이 모조리 구속됐다. 검찰은 “지금 단계에서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 “표적을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는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칼끝은 이 전 대통령의 목전에 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통령도 급한 눈치다. 그의 측근이라는 한 인사는 지난 14일 한 방송사와의 전화통화에서 "6개월 정권 잡은 사람들이 MB에 대해 더 많이 알겠나. 5년 정권 잡았던 우리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더 많이 알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만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 (자료를) 꺼낼 수밖에 없다"며 짐짓 으름장을 놨다. 구체적 자료 존재에 대해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보다 이틀 앞선 지난 12일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에게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두고 “감정풀이나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발전시켜나가고 번영시켜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MB의 반격’의 시작됐다고 한다.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마치 무슨 조폭 두목이 협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최근 반응은 반격으로도, 협박으로도 볼 것이 아니다. 그냥 ‘다스의혹’부터 ‘사자방’ 비리, ‘내곡동 사저비리’ 등에 이르기 까지 수없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무려 9년간을 평온·무사하게 지내온 강한 생명력의 과시 정도로 보인다.
 
차치하더라도 김관진-임관빈-군 사이버사령부로 이어지는 국민여론 조작사건에서 이 전 대통령이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검찰 조사를 통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가신이었던 원 전 원장이 친히 국정원을 움직여 정권유지 또는 MB정부의 실정을 덮을 보험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사실이 이미 대법원 판결로도 드러난 바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 전 대통령 측이 적폐수사를 두고 ‘6개월 정권, 5년 정권’하며 ‘파일’을 까네 마네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태도이다. 정권 탄생부터 일었던 위법시비를 꼬리에 달고 4대강 사업 등 비리 의혹으로 국가 경제를 파괴한 인사들이 국가의 번영을 운운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과거 청산 작업을 ‘감정풀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통해 그 의무를 부여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명박 정권 당시 유행했던 말 중에 ‘국격’이라는 것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유행시켰다. 공표한 사실이 맞다면 이 전 대통령은 언론이나 정치적 밀실 뒤 숨어 곤수유투할 일이 아니다. 가지고 있다는 ‘노무현 파일’을 낱낱이 공개하라. 그리고 적폐청산이라는 역사에 동참하라. 그것이 ‘대통령의 격’에 맞는 일이고, 지금의 국격에 합당한 일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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