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불황 극복 일본기업 DNA는 '가치혁신'
고객 친화·전문화·역발상으로 고성장…수요 정체 직면 한국 기업들에 '교훈'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서용구·김창주 지음|더퀘스트 펴냄
입력 : 2017-11-15 18:00:00 수정 : 2017-11-15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 가구 소재나 자재를 판매하는 한즈만은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집합적 단위로 제품을 관리해야 하는 POS가 ‘미세한 고객 요구까지 반영해한다는’ 기업철학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업은 못 하나만 원하거나 신발 중 오른쪽 켤레만 구매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취향까지 고려한다. 고객들은 '한즈만에 가면 반드시 원하는 상품이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고 있다. 
 
#2. 찻잎 도매거래업체였던 이토엔은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부터 차 제품 연구에 사활을 걸었다. 천연소재의 마이크로 필터나 산소와의 접촉을 방지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20여년간 독자적인 차 생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페트병에 뜨거운 차를 담아낸 제품을 만들어 오늘날 일본 차 문화를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신간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 기업'의 저자 서용구, 김창주씨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한 일본 기업들에 주목한다. 버블 붕괴와 저출산, 고령화 등 경제·사회 문제에 직면했었지만 이들 기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생존 법칙을 강구해왔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30년 가까이 두 자릿수의 매출,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는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저자들은 책에서 한즈만과 이토엔 같은 52개 기업에 ‘불사조’란 이름을 붙이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5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일본의 불사조 기업들은 ‘고객 친화적인 영업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사례로는 요식업을 테마파크업으로 변형시킨 스시점 쿠라코포레이션이 있다. 이 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자동화된 터치패널이나 컨베이어벨트 등으로 스시를 주문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또 스시를 맛보면서 앞에 설치된 만화나 게임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한다. 오락적 요소가 주 상품 스시보다 더 인기를 끌면서 이 기업의 지난해 결산매출액은 설립연도 대비 1858%나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화장품, 의약품의 도매업체인 PALTAC은 드러그스토어 등 소매점에 납품하는 정밀도를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선카트를 독자개발했다. SPIEC라는 명칭의 이 카트에 물건을 싣고 옮기면 내장된 태그에 작업이 기록돼 담당자별로 작업 효율을 알 수 있다. 기술 개발로 독자적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PALTAC은 120년간 계속해서 성장해 온 대표 장수기업으로 꼽힌다.
 
‘창의적인 역발상’ 역시 불사조 기업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드럭스토어 산도랏구는 일반 드럭스토어와는 달리 ‘한 점포 두 점장’ 방식을 취했다. 접객과 점포 운영 담당자 간의 완전한 분업화를 취함으로써 고객만족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 기업은 버블 붕괴 후 23년간 증수수익을 달성해왔다.
 
이 외에 단기 이익에 매몰되기 보단 치매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난 메디카루케아사비스,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칭찬하는 문화를 조성해 ‘다니기 즐거운 회사’로 성공한 슈퍼마켓 체인 하로데이 등도 사례로 제시된다.
 
불사조 기업의 5가지 특성은 결국 우리 기업들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불황 선배국’ 일본을 보며 저성장의 파고를 이겨낼 전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과 시차를 두고 유사한 경제, 사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30~54세의 주력 소비층,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더블 다이아몬드 형태의 소득분포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든다.
 
“지금 우리는 저성장이 표준인 ‘뉴노멀’ 경제를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꾸준히 기록해온 일본 기업들의 스토리는 우리들이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갖고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가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의 DNA를 분석하는 방식은 우리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들이 불사조 기업의 5가지 특성을 훑으며 내린 결론은 비용이나 품질 중 하나만을 선택하던 ‘마이클 포터’식의 전략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인 지금은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가치 혁신’이 중요해졌고 일본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며 불황기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저자들은 “대학교 마케팅 수업에서 이들 기업의 경쟁력을 사례로 자주 소개하곤 했지만 실제로 30년 가까이 증수증익을 달성해왔다는 사실은 본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한다.
 
또 그들은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며 “끊임 없이 가치 혁신을 만들어 온 이들 기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사진제공=더퀘스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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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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