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문재인정부, 참다운 정치의 길 모색해야
입력 : 2017-10-17 06:00:00 수정 : 2017-10-17 06:00:00
요즘 들어 ‘촛불혁명’이 참으로 위대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손도 대지 못했던 국가정보원 내 각종 비리를 양파껍질 벗기듯 벗기고, 이명박정부 시기 적폐마저 청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근혜정부 보다 이명박정부가 더 부패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시중의 루머가 사실이었음을 보여주는 정보들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정잡배들이 정치를 했던 것 마냥 국격을 무너뜨리고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니, 정의는 죽었던 게 분명하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상마저 취소하는 공작을 꾸몄다는 보도는 우리를 허탈하게 하는 경지를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한국 최고의 지도자가 국가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손상시키려 했다면 어찌 이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한 언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다스(DAS) 해외법인 네 곳에 대표로 재직 중이라고 보도해 많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면 재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전혀 이런 모습이 아니다. 왜 우리 정치인들은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서구를 보면 전직 대통령이나 수상은 세계평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 시민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70년대 말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기여해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최근에도 북한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곳곳을 돌며 리더십 강연을 하고 남은여생을 조국인 미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치인은 프랑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4일 프랑스의 거물 정치인 장 피에르 라파랑(Jean-Pierre Raffarin)이 정계를 은퇴했다. 라파랑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의해 지난 2000년 수상에 임명된 후 2005년까지 장수한 우파 정치인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무명 정치인이었던 라파랑의 지방정치 경험을 높이 사 수상으로 임명했다. 그 때 많은 프랑스인들은 라파랑이 수상직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라파랑은 높은 정치력을 발휘해 정부를 5년 간 이끌었다.
 
라파랑은 2005년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이 유럽헌법을 반대하자 책임을 지고 수상직에서 물러났으며 그 후 자신의 지역구인 비엔느(Vienne) 상원의원직을 지켜왔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3년이나 남은 상원의원직을 포기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 이유는 그가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나이 69세가 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기가 적절하다. 나는 69세에 정계를 은퇴한다고 약속했다. 정계의 젊은 세대들이 나라를 맡아야 한다. 이는 중요하다. 나는 필요할 때 정계에 새롭게 공헌하고 싶다. 따라서 정계 은퇴 후에도 건설적인 정치적 토론에는 계속 참여할 것이며, 이는 나의 생활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입문해 지역구 의원에서 수상까지 책임이 막중한 직무를 수행한 ‘대단한 여정’에 대해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라파랑은 이후 <평화를 위한 리더들(Leaders pour la Paix)>이라는 국제 NGO단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쟁의 위험을 환기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4일 라파랑은 <르 피가로 매거진(Le Figaro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꽤 강력한 잠재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소파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고 머물러 있는 것은 맞지 않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즐거움과 긍정적 태도는 삶을 지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라파랑 전 수상의 행보는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한국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거에서 결과가 좋지 않자 책임을 지고 수상직에서 물러났으며,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69세의 생일을 맞자 상원의원직을 깨끗이 던졌다. 그리고 남은여생은 전쟁을 막기 위해 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은 4대강과 국정원 등을 놓고 벌어진 온갖 비리의 주인공이었으며, 퇴임 후에도 국가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편법을 써 재력을 구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렇게 우리 정치인들이 서구 정치인들과 다른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정치문화일 것이다. 사실 한국은 정치사의 왜곡으로 제대로 된 정치문화의 토대 없이 정치가 펼쳐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문재인정부는 그동안의 적폐청산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문화를 바로 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이 올바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는 이 점을 중시하여 새로운 정치문화 창조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실천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주길 바란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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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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