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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왜 '사이코패스 아빠'의 살인을 도왔나
피해자 친구에게 이영학 지시 보다 수면제 더 먹여
"아빠 그런 사람 아니다"…성장하면서 맹목적 신뢰
2017-10-13 23:35:29 2017-10-13 23:35:3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이영학의 딸이 자신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아버지 범행에 적극 참여한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맹목적 신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A양은 이씨가 피해자를 성추행할 것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와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는데 참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한 행위에 대해서 전혀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상태다. 어쩔수 없이 한 일이라고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친구인 피해자를 성추행 한 사실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피해자에게 수면제 먹이는 역할 분담
 
사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A양의 실수로 피해자가 변을 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9월30일 피해자가 집에 왔을 때 이영학은 수면제를 섞은 드링크 병 두 개를 한 세트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두병 중 하나는 크고 나머지 하나는 작은데 큰 병에는 수면제가 3정, 작은 병에는 2정이 들어가 있었다.
 
이영학은 사전에 A양에게 “친구를 데려오면 넌 수면제가 안 든 음료수를 먹고 (친구에게는 수면제가 든 드링크 병) 두 개 중 하나를 줘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A양은 잘못해서 피해자에게 수면제가 든 큰 드링크병을 주고, 자신도 수면제가 든 작은 드링크병 음료수를 마셨다. 피해자는 음료수를 다 마셨고, 본인은 반쯤 마시다가 중단했는데, 이 정도면 아버지가 시킨 임무는 다 한 셈이다.
 
그러나 A양은 “평상시 아빠가 잠이 안 올 때 먹는 약이라고 알고 있는데 네가 감기 기운이 있으니 먹어보라”면서 피해자에게 약 2정을 더 먹였다. 아버지가 미리 준비한 수면제 3정에 2정을 더해 피해자를 확실히 잠재운 것이다.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봐"
 
A양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약을 더 준 이유를 묻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봐”라고 답했다. 이영학의 계획은 A양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A양의 행동이나 진술,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이상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12일 이영학과 함께 A양에 대해서도 프로파일링을 실시했다. 성장과정, 교우관계, 교육 등 사회적 관계와 정신 및 심리상태 등이 집중 점검대상이었다.
 
프로파일링 실시 결과 A양은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이 이영학에게 맞춰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딸에게 이영학은 맹목적 믿음의 대상이다. 이번 일도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로 인한 범행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A양이 아버지 이영학에게 이렇게까지 종속된 이유는 성장배경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장 배경을 보면 아버지로부터 유전병을 물려받아 아버지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책임져 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라는 맹목적 믿음이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질병으로 인해 고립된 생활도 A양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은 질병 콤플렉스와 잦은 수술로 인한 결석으로 학교생활 또는 친구들과 깊은 유대가 없었다. 아버지 계획에 따라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가치 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친구가 죽어서 울었다"
 
친구가 사망했을 때 A양의 감정은 어땠을까. 경찰 관계자는 “본인은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눈물이 났다', '울었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일반적 친구의 죽음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양은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 잘못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학에 대한 심리적 존속성은 A양의 도덕적·양심적 판단도 덮어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친구를 성추행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영학이 한 행위에 대해서 전혀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상태다.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본인이 인식은 하고 있지만 본인이 아끼고 절대적으로 믿는 아버지가 틀렸다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버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못견뎌한다. 아버지는 다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조금이라고 아버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저희 아버지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학, 자신의 욕망 채우려 딸 이용
 
이영학은 딸의 병을 고치도록 도와달라고 12년간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는 후원금으로 A양을 치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후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빠는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A양 역시 그 긴 세월동안 기만당한 셈이다.
 
A양이 맹목적으로 신뢰했지만 이영학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A양을 이용했다. 프로파일링 결과 이영학은 배우자 부재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이 용이한 딸의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해 유인했고 범행 계획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은폐를 위해 우발적 살인 후 유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싸이코패스 성향…재범가능성도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링 결과 이영학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증)가능성을 측적하기 위한 테스트에서 40점 만점 중에 딱 25점을 받았다. 25점은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는 기준 점수다. 이영학은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 재범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의 딸 이모양이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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