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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사상 첫 직권 재심청구…과거사 청산 적극 나서
피해자 접촉해 의견 청취…'문인간첩단 사건'도 청구 예정
2017-09-17 09:00:00 2017-09-17 13:08:1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새로 받는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부 시국사건들을 재점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재심 청구 대상 사건들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가 2006년 5월~2010년 6월까지 재심을 권고한 사건 73건 가운데 공동피고인들의 재심 무죄판결이 있었는데도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사건 12건 중 일부다.
 
검찰이 첫 직권 재심청구 사건으로 결정한 것은 '태영호 납북사건' 등 6개 사건이며, 1975년 유죄판결을 받은 박모씨 등 6건의 피고인 18명이 재심청구 대상자이다.
 
‘태영호납북사건’ 피해자 박씨는 1968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지역에서 어로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항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당시 선원 5명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박씨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전과자로 살아왔다.
 
‘납북귀환 어부사건’ 피해자 노모씨와 김모씨, 한모씨도 이번에 재심을 받게 됐다. 노씨 등 3명은 1963년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는 혐의(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1970년 3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2012년 공범으로 같이 기소된 공범 6명이 재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이 확정된 ‘아람회사건’ 피해자(국보법 위반) 김모씨 등 5명과 ▲징역 10년 등이 확정된 노모씨 등이 연루된 ‘남조선 해방 전략당 사건’ 피해자(국보법 위반) 4명,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한국 교원노조 총연합회 사건’ 피해자 강모씨 등 3명 ▲조총련 간부 지령으로 북한이나 간첩에게 현금이나 서신을 전달한 혐의(국보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은 박모씨 등 2명도 재심을 받는다.
 
검찰이 과거 인권 침해사건 재심을 직권으로 청구하기로 한 것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지이다. 문 총장은 지난달 8일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문 총장은 대검 공안부에 공안기획관을 팀장으로 하는 '직권재심 청구 TF'를 설치 운영토록 지시했으며, TF는 사건 기록과 판결문,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공동피고인 재심사건 판결문 등을 토대로 직권 재심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정확한 피해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피해자 연락처 본인이나 유족들과 접촉해 재심 청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진실화해위의 재심 권고사건 가운데 '문인간첩단 사건' 등 나머지 6건 11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검사 직권으로 청구할 필요성이 있는 그밖의 사건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과거사 사건 ‘재심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고, 국가배상 소송에서도 상소시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할 방침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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