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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협상 스트레스로 쓰러진 노조위원장…"업무상 재해"
법원 "지부별 견해차와 통상임금 등으로 스트레스 받았을 것"
2017-09-17 09:00:00 2017-09-17 09: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임금협상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져 사지가 마비된 한화그룹 노조위원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단독 차지원 판사는 노조위원장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1980년 한화에 입사한 김씨는 2013년 6월부터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임금협상은 2014년까지 매년 정례적으로 수행되다가, 2015년에는 종전에 없던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임금피크제 도입문제가 쟁점이 됐다. 통상임금에 관해서 지부별로 견해 차이가 극명하게 대립했으며, 사 측이 요구한 타결 시한이 지나도록 지부원들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사장은 2015년 3월 31일까지 노조 내부적으로 의견을 통일하지 않는 경우 직접 임금협상 내용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다음 날에 김씨는 노동조합 건물 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마비, 고혈압, 전대뇌동맥경색증 판단을 받았다.
 
김씨는 6개월 뒤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노조 전임자로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 통보를 받았다. 이에 김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병이 발병할 정도의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재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는 불복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가 스트레스로 지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동맥류가 8개월이 채 못돼 파열될 만한 '업무 외적'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위원장으로서 지부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것에 관해 매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2015년에는 사 측에서 요구한 체결시한이 존재했고, 통상임금 산입과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큰 쟁점과 지부 간 견해차로 김씨가 이 무렵 받은 스트레스는 통상적인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넘는 정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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