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 책임경영인가 돈방석인가
말로는 책임경영, 법적책임은 외면…이사보수 적정성 논란도 야기
입력 : 2017-09-14 17:56:30 수정 : 2017-09-14 18:29:3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사 선임도 활발하다. 총수일가가 이사진에 오를 경우 ‘책임경영’으로 묘사되지만, 최근 잦은 경영비리 탓에 명분을 잃고 있다. 정작 사건이 터지면 발뺌을 하기 일쑤라 이사 자리가 ‘돈방석’이라는 비판여론도 높아졌다. 이사보수 책정의 적정성 논란도 따라붙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내달 1일 출범하는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책임경영 강화 및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차원의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그러나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얽힌 뇌물공여죄 피고인 신분이다. 오는 10월쯤 1심 선고가 예상되며, 유죄 판결시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비슷한 혐의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 롯데도 외줄 타는 심정이다.
 
오는 22일 임시주주총회의 이사 선임 안건에 올랐던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자격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 7월 효성의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면서 조석래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의 해임 권고 조치를 내렸다. 효성은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할 때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조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사 선임 당시에는 책임경영을 내세웠다가, 정작 사건이 터지면 모르쇠로 일관해 대기업 이사진에 대한 사회 시선은 곱지 못하다. 매년 주총에서 이사보수만 올리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이 회자됐지만, 재판 변론에서는 철저히 혐의와 관련 없음을 주장했다. 대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책임'은 철저히 사라졌다. 삼성전자에서 마지막으로 돈이 나간 2016년 7월10일 동계스포츠센터 지원 당시 이 부회장이 이사진에 없었다는 것은 삼성으로선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윤부근 사장이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탓에 “어선의 선단장이 없다”고 표현한 대목은 다시 상식을 일깨운다.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재벌그룹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은 주주 이익을 침해한 것이지만 회삿돈을 관리하는 이사진 누구도 책임을 진 사례는 없다. 이 부회장 1심 판결에서는 재단 출연 금액이 뇌물액에서 제외돼 다른 그룹들도 면죄부를 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사진의 책임과 권한이 분리되는 행태가 사회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이사보수 책정의 불투명성도 불신을 더한다. 상법은 이사보수에 대해 주주 승인을 얻도록 했으나, 실제로는 보수한도만 승인받고 있다. 적절한 산정근거에 대한 공시도 없는 실정이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영자 또는 이사 보수에 대한 주주의 접근성 확대는 세계적 추세이며 많은 자본시장에서 제도를 찾아볼 수 있다”면서 “주주가 경영자와 이사 보수의 성과연동성 및 적정성을 점검하고 감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사보수한도가 보수기준을 고려해 설정되고, 보수기준이 함께 공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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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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