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도 무노조 '흔들'…택배연대노조 설립 분수령
새정부에 노조 설립신고증 발급 촉구…CJ대한통운 '예의주시'
입력 : 2017-09-14 17:29:29 수정 : 2017-09-14 17:33:5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택배연대노조가 노조 설립신고증을 발급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CJ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삼성가의 장손인 CJ도 선대회장 유지를 더 이상 고수하기 힘들게 됐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노조 설립신고증을 교부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1월 조직됐으며, 조합원 70%가 CJ대한통운(대리점 포함)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택배기사들이다.
 
노조는 지난 9개월 동안 CJ대한통운 대리점의 갑질을 비롯해 택배업계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해 활동에 제약이 뒤따랐다. 노조는 이에 지난달 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증을 냈지만, 보완 요청을 받았다. 노조 규약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입증할 자료를 내라는 게 노동청의 판단이다.
 
특수고용직노동자인 골프장 캐디·택배기사·대리운전 기사 등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조를 만들거나 계약업체와 단체교섭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수수료는 사실상 임금에 가깝고, 계약업체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있어 사업자보다 노동자에 가깝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때문에 이들도 노동3권(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오랜 요구였다.
 
노조는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기류가 형성된 만큼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와 98호를 비준하거나, 지난해 10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에도 특수고용직노동자는 노동3권을 보장받을 길이 열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노조는 설립신고증이 나오면 조합원 수를 늘린 뒤 CJ대한통운본부를 발족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리점마다 들쑥날쑥인 택배수수료를 통일하고, 대리점의 갑질을 개선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겠다는 의지다.
 
이 경우 CJ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CJ 계열사 중 노조가 있는 곳은 CJ대한통운 1곳뿐이다. CJ대한통운노조는 당초 대한통운노조였지만, 2013년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되면서 CJ로 넘어왔다. CJ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그간 무노조 방침을 고수해왔다. 2006년 CJ헬로비전이 해운대기장방송을 인수할 당시 노조가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지만,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거나 없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에 해당된다는 내용을 고용부에 알리고 있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택배연대노조가 14일 설립신고증 교부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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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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