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오르는 소득재분배)기술 진보로 위협받는 저숙련 일자리
'로봇=일자리 킬러' 두려움 퍼져…한국도 자동화 위험 '한복판에'
2017-09-11 06:00:00 2017-09-11 06:00:00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글로벌 공급체인 심화와 기술진보'. 최근 주요국에서 나타나는 가계소득 증가율의 둔화와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의 비율)의 하락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한 용어다. 노동조합 조직률 감소, 일자리 형태 다양화 등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난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선진국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요인을 분석하며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50%는 기술발전이, 25%는 글로벌 공급체인 참여 확대가 설명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기술발전에 따른 자동화와 자가 수입품과의 경쟁, 해외 생산 확대로 중위 숙련자가 일자리를 잃고 저임금 근로자로 이동한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세계화에 의한 자본집약도 증가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기술진보는 이미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왔다. 여기에 '로봇화', '인공지능(AI)'라는 보다 구체화된 기술진보가 등장하면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급격히 대체할 것'이라는 추측과 오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한 수준으로 잠식할 것'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Frey and Osborne)의 연구결과를 국제로봇연맹(IFR)이 반박하는 식이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2013년 "향후 10~20년간 미국 고용의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가능성(대체확률 70% 이상 고위험군)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IFR은 지난 4월 '로봇이 생산성, 고용,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고용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자동화 자체가 아닌 자동화 미도입으로 인한 경쟁력 유지 실패 ▲고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임금 인상 요인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총일자리의 10% 미만 등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로봇과 인간이 협업하는 관계를 맺을 것으로 내다봤다. 1999~2010년 유럽연합(EU) 27개 지역에서 자동화로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증가했으며, 로봇에 많이 투자한 국가에서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제조업 일자리가 적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한다.
 
실제로 캐나다의 패러다임 일렉트로닉스는 스피커 생산공정에 로봇을 도입한 뒤 기계 운영자들을 로봇 프로그래머로 승진시키고, 인간이 최종 광택 및 품질 검사를 수행하는 '업무의 질 향상'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 일자리 손실 없이 생산성을 50% 향상시켰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고, 테슬라 CEO인 엘런 머스크와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AI 활용 범위와 효용성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맞부딪치면서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술진보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만 많은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실은 저숙련·저소득 노동자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자동화에 따른 국가 간 일자리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로봇 활용에 의한 자동화는 근로자가 보유한 기술수준에 따른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며 계층 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중·저소득층의 경우 자동화 확률이 75%를 넘는 '자동화 확률 고위험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IFR 역시 "자동화가 고숙련 및 고소득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저숙련 및 저소득 노동력에 대한 영향은 그보다 불분명하고, 임금 침체는 고용주의 투자를 저해하는 고용 여건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더 많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숙련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중숙련 노동자, 중산층의 일자리 감소와 임금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는 정당하고, 이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향상시키고 재교육할 것인지가 직면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로봇과 일자리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한국의 노동시장 분류 기준과 대조한 결과 2014년도 하반기 소분류 직종별 취업자수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일자리의 57%가 향후 기술진보에 의한 대체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47%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섬유 및 의복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경비 및 청소 관련직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험군 일자리 중 판매 관련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에 비해 확연히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로봇 밀집도(산업용 로봇 기준,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수)가 세계 평균(69)의 약 8배에 달하는 531이라는 점도 일자리 잠식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반면 IFR은 한국과 독일을 로봇 밀집도가 가장 높으면서도 실업률이 낮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는다. OECD 역시 지난해 한국은 자동화될 위험이 큰 일자리 비율(6%)이 가장 낮은 국가에 해당한다고 분류했다. 세계 평균(9%)에 비해 자동화가 가능한 과업을 수행하는 노동자 비율이 낮고, 전체적인 학력수준이 높아 자동화 위험이 큰 일자리 비율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범서비스 중인 안내로봇과 청소로봇. 로봇에는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항 이용객들에게 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실내 공간을 청소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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