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드러나야 할 광주의 진실과 부끄러움
입력 : 2017-08-25 06:00:00 수정 : 2017-08-25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얼마 전 관람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 속 명장면으로 박중사(엄태구 분)의 검문소 장면이 꼽힌다(상영 중인 영화이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택시를 타고 멀어져가는 김사복(송강호 분)과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바라보는 박중사의 눈빛은 복잡해보였다. 순간, 언젠가 봤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영상 속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5월27일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끝난 후, 한 무리의 군인들이 좌우반동을 주며 ‘검은 베레모’를 힘차게 불렀지만 유독 한 명만은 입을 다문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당시 광주 상황을 연기했고, 목격했던 두 사람이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19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부끄러움을 말한다. 같은 시기 이른바 ‘서울역 회군’을 지켜봤던 모 인사는 “서울에서 물러섰기에 광주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권이 광주에 그토록 많은 군 병력을 투입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 이유를 놓고 혹자는 ‘이웃의 안녕하지 못함에 침묵했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망각하고자 했던 이들의 부채의식’을 꼽는다. ‘두 군인’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관찰자들의 괴로움도 이러할진대, 당사자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37년 전 당시 상황은 적어도 광주에서만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지난 5월18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마주친, 광주민주화운동 37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의 주름살 깊이 패인 회한섞인 표정과 그들이 흘린 눈물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과 전투기 출격 대기명령 관련 특별조사를 국방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국방부의 자체 조사범위가 어디까지인지와는 별도로, 당시 광주를 둘러싸고 발생한 사실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밝혀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미제로 남아있다. 특히 발포명령자 규명과 행방불명자들의 집단매장지 발굴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최대 난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광주지역 당직자는 “사건의 팩트와 진위를 이번 정부에서 명확하게 가려줘야 한다는 것이 이곳 여론이다. 더 이상 끌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덮거나 외면한다고 잊혀지는 일이 아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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