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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3세들 가족회사 '제때'…김호연 회장 '부의 대물림' 의혹
일감몰아주기 통해 10배 성장…김 회장 삼남매 100% 지분 3분의 1씩 나눠가져
2017-08-04 06:00:00 2017-08-04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김호연 빙그레(005180)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류회사 제때((옛 KLN물류)가 빙그레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고속성장하며 부의 편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모기업인 빙그레를 등에 업고 탄탄한 수익을 올리며 기업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한편 향후 오너가 3세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때는 지난해 1020억 원의 매출과 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8.6%, 142.8%씩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제때의 이같은 성장이 주목을 끄는 것은 오너 3세들이 지분 100% 나눠 가진 가족회사이기 때문이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동환 씨가 지분 33.34%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장녀 정화 씨와 차남 동만 씨가 나머지 지분을 33.33%씩 나눠갖고 있다. 삼남매가 3분의 1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것이다. 가족사인 제때는 상장사 빙그레의 지분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제때는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온 회사다. 지난해의 경우 총 매출의 39.8%에 해당하는 406억 원이 내부 일감이었다. 특히 그룹 중추격인 빙그레는 지난해 물류대행 명목으로 총 405억 원 어치의 일감을 제때 측에 제공했다.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는 빙그레의 제때에 대한 이같은 지원 구조는 재벌 기업들의 전형적인 편법 승계 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100% 지분 보유한 회사를 모기업에서 분사하거나 혹은 새로 설립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서 마련한 재원으로 다시 모기업이나 상장사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전형적으로 오너일가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을 피하기 위해 상호를 바꿔가면서 감시의 눈을 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때는 1998년 빙그레에서 분사돼 2001년 선일물류(주)에서 KNL물류(주)로, 또다시 지난해 1월 (주)제때로 이름을 바꾸어 가며 제3자 물류대행을 주업으로 삼아 고속 성장해왔다.
 
성장의 이면에는 모기업 빙그레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2000년 매출액이 117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이 1020억 원으로 10배 가량 늘어났다.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빙그레와의 내부 거래 비중은 초기 99%에서 48%대로 점차 낮아졌지만, 매출액은 급증했다. 
 
최근 정부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일 ‘2017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 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거래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현행법은 수혜법인의 매출액에서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대기업은 30%, 중견기업은 40%, 중소기업은 50%가 현재 인정되는 정상거래비율이다.
 
증여의제이익 부과방식도 강화된다. 증여의제란 법률상 증여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증여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세법상 증여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증여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증여에 해당해 세금을 부과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간 교차·삼각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도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에 포함시켜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의 편법 대물림을 뿌리뽑겠다는 각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때의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빙그레 오너 3세들의 승계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제때는 지난해 9월에만 다섯차례에 걸쳐 빙그레 지분 총 2만5483주를 장내 매수하며 전형적인 승계작업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증여세 한푼 내지않고 일감몰아주기 후 이 회사를 이용해 모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며 "오너 3세들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제때는 제대로 된 경쟁 한번없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편법 승계행위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제때가 지난해 제3자 물류 역량을 강화해나가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며 "계열사 일감 의존도를 꾸준히 줄이며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본사 입구. 사진/빙그레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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