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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비정규직 한 자릿수 묘수는 '소속외 근로자'
올해 소속외 근로자 42만여명…원청 책임 없는 '위험의 외주화'
2017-08-04 06:00:00 2017-08-04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100대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한 자릿수를 유지하는 비결은 '소속외 근로자'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업무를 협력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민간기업은 소속외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맺지 않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다. 노동계는 민간기업에서도 상시·지속 업무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원청이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일 <뉴스토마토>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안정전산망(워크넷)의 고용형태 공시를 통해 100대 기업의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이들 기업의 소속외 근로자 수는 41만8027명으로 집계됐다. 소속외 근로자는 협력업체(사내하청) 소속으로 원청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담당한다.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지만 소속이 다르고, 처우도 원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공정의 일부를 떼 사내하청에 위탁을 준다. 원청은 이런 방식으로 고용관계를 피하고 인건비를 줄인다.
 
문제는 소속외 근로자 수가 대폭 늘어나 일부 원청 대기업의 경우 소속외 근로자 수가 총 고용인원에 육박할 정도로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올해 매출순위 10위권 기업의 소속외 근로자는 10만6844명으로, 비제조업종인 롯데쇼핑(1만3019명)과 삼성생명(1806명)을 제외한 제조업의 소속외 근로자는 9만2019명이다. 100대 기업 전체 소속외 근로자의 22%가 삼성전자·현대차·현대중공업 등 10대 기업에 속해 있다.(롯데쇼핑·삼성생명 제외) 
 
올해 10대 기업 중 소속외 근로자 수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다. 2만7931명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소속은 삼성전자의 사내협력(하청)업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생산설비를 유지·보수하거나 식당 등에서 일한다. 삼성전자 측은 "평택반도체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해 소속외 근로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높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사내하청 근로자 2만3175명이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조업을 한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해(4만4652명)보다 2만1477명이 줄었다. 같은 조선업종의 삼성중공업이 올해 소속외 근로자 2만6550명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조선업종은 선박 건조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해 대규모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끌어다 쓴다.  
 
노동계에 따르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생산공정의 부수적인 업무는 물론 핵심 업무도 담당한다. 특히 원청 근로자들보다 위험하고 힘든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전원이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는 11명이 숨졌는데 8명이 협렵업체 소속이었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다. 
 
소속외 근로자의 불법 논란도 여전하다. 파견법은 제조업을 비롯해 32개 업종에서 근로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원청은 법의 허점을 이용, 사내하청 인력을 대규모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법원이 완성차·철강업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면서 2004년 이후 13년간 이어졌던 법적 논란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내하청업체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거나 원청이 사내하청을 직접 지휘·명령하는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된다. 2004년 고용부는 현대차의 127개 사내하청업체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현재까지 제조업 노사관계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법원과 고용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릴 경우 원청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 소속 근로자와 비교해 성과급과 복지혜택이 떨어진다. 성과급, 생산장려금, 명절 귀향비, 주차장 등 각종 복지혜택에 있어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원청 근로자는 사내에 주차하지만, 사내하청 근로자는 공장 밖에 주차해야 한다. 
 
노동계는 제조업종의 사내하청 근로자 상당수가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청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외주화했다는 주장이다. 사내하청 근로자인 소속외 근로자를 비정규직에 포함할 경우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치솟는다. 소속외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에 포함할 경우 100대 기업의 비정규직 규모는 36.6%로 대폭 늘어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재계는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한다고 주장하지만 따져보면 핵심업 무인 경우가 많다"며 "현재 공공부문은 핵심 업무가 아니더라도 상시·지속 업무일 경우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이 지금까지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소속외 근로자들을 내버려둔 만큼 지금부터라도 공동 사용자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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