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편안한 도시디자인, 그게 가능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뇌파산책 워크숍
입력 : 2017-07-21 06:00:00 수정 : 2017-07-21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단순히 눈에 보기에 시원한 ‘넓은 도로’, ‘높은 빌딩’이 아니라 뇌가 편안하게 느끼는 도시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을까. 택지개발, 재건축, 재개발 등을 진행할 때 뇌파를 도시디자인에 접목한다면, 보행동선을 짤 때 무조건적인 일직선이 아닌 뇌파 반응을 염두에 두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0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이와 관련한 재밌는 실험이 진행됐다.
‘뇌파산책 시민참여 워크숍’이라 이름 붙인 이날 행사에는 사전에 신청한 시민 7명이 약 1시간 동안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미국 콜롬비아대 클라우드연구소의 마크 콜린스(Mark Collins)와 토루 하세가와(Toru Hasegawa)로부터 뇌파 측적 원리와 헤드셋 착용방법 등에 대해 배웠다.
 
디자인 회사 Proxy Design Studio LLC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마크 콜린스와 토루 하세가와는 지난 2014년 뇌파 측정을 통해 뇌가 미국 뉴욕 브룩클린 지역의 건축물 등을 바라봤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편안함 등을 측정해 뇌파 스트레스 지도를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실험은 2014년 실험에서 한 단계 나아가 단순히 스트레스·편안함을 넘어 헤드셋에 달린 8개의 센서로 서울의 도시환경을 참가자들이 접했을 때 어떤 구체적인 뇌파 변화를 일으키는지 측정했다.
 
머리 앞뒤가 길고 양 옆이 짧은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보다 원형에 가까운 두상을 지닌 탓에 참가자들은 머리 둘레, 머리 앞뒤 길이, 머리 양 옆 길이 등을 재고 각자의 두상에 맞춰 헤드셋을 착용했다.
 
참가자 유승재(21) 씨는 “도시공학 전공인데 공간환경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체험하고 싶어 신청했다”며 “헤드셋을 착용해보니 생각보다 무겁고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첫 실험장소는 DDP 4층 잔디사랑방, 저 멀리 회색빌딩들이 보이지만, 광장에 깔려진 잔디가 비교적 도심 속 자연의 느낌을 주며, 소음도 적었다.
 
당초 DDP~종로~청계천~세운상가 등을 산책하는 코스를 계획했지만, 이날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운 날씨인데다 아직 임시 헤드셋인 탓에 장소를 DDP 일대로 제한했다.
 
각 참가자들의 시선이 움직이고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마크 콜린스의 노트북 속 그래프는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거칠게 요동쳤다.
 
모든 환경이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데다 외부환경에 노출돼 6개의 뇌파를 동시에 측정하는 탓에 측정 결과는 미국에서 정밀분석을 진행해 각 참가자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제외하고 도시환경에 대한 변화값만을 산출할 예정이다.
 
다음 실험장소는 DDP 지상에 있는 어울림광장으로 보다 인공적인 건축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점심시간을 맞아 주위를 다니는 인파들의 소리로 다소 소음이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무더위 속에서 머리에 꽉 끼는 헤드셋을 착용하고도 측정결과에 대해 궁금해하며, 정밀분석 결과를 받기 위해 각자의 이메일을 남겼다.
 
박준수(26) 씨는 “실내디자인 석사과정인데 과학에 머물던 뇌파를 건축 디자인에 적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실험실이 아닌 외부 환경에서 뇌파를 시각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엔날레 측은 이날 워크숍 결과를 오는 9월2일부터 11월5일까지 DDP 디자인거리 컨테이너 일대에서 진행될 ‘똑똑한 보행도시’ 프로젝트에 전시할 예정이다.
 
또 이날 워크숍을 바탕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시민들이 직접 착용하고 보행까지 할 수 있는 헤드셋과 시각화 장비 등을 마련해 체험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비엔날레 사무국 관계자는 “뇌파 측정을 통해 우리 뇌가 어떤 도시환경을 접할 때 편안하고 안정을 느끼는가를 알 수 있다”며 “그동안 보행도시를 물리적으로만 접근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시민에게 편안한 도시환경을 만드는데 한 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뇌파산책 시민참여 워크숍에 참여한 박준수 씨가 20일 DDP 잔디사랑방에서 뇌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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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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