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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전 '안경환 판결문' 입수한 의원은 '주광덕·권성동'
의원 총 8명이 제출받아…보도 전 받은 의원은 '주·권' 2명뿐
법원행정처, 두 의원에게만 실명·비실명 2개 버전 모두 제출
2017-06-20 20:54:36 2017-06-20 21:02:5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혼인무효확인 결정문’을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의원은 총 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전 결정문을 받은 의원은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과 권성동 의원 2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언론에 흘러들어간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 출처가 두 의원실 중 한 곳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주 의원과 권 의원 모두 언론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20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15~16일 2일간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을 통해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제출받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 3명, 국민의당 1명, 정의당 1명이다. 이 가운데 언론보도를 통해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 존재가 처음 알려진 날 결정문을 입수한 의원은 주 의원과 권 의원 뿐이었다. 두 의원 모두 최초 언론보도 약 2시간 전에 결정문을 확보했다.
 
시간상으로 따져보면, 안 의원은 15일 오후 5시33분에, 권 의원은 이보다 2분 뒤인 오후 5시35분에 각각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을 통해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권 의원이 요청한 지 6분 뒤 당사자 실명을 가리지 않은 결정문을 이메일를 통해 제출했다. 주 의원에게도 역시 요청 뒤 8분 만에 실명이 공개된 결정문을 보냈다. 법원행정처는 이어 16~22분 뒤 실명을 가린 비실명화 결정문을 두 의원에게 추가로 제출했다. 이날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보도한 두 언론사는 각각 당일 오후 7시39분과 오후 8시50분에 안 전 후보의 혼인무효사건을 보도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1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 국민의당 의원 1명, 정의당 의원 1명 등 총 6명이 각각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으로 요청해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제출받았다. 법원행정처는 그러나 이들 6명 의원에게는 비실명화 된 결정문을 보냈다. 전날 주 의원과 권 의원에게 제출한 것과는 다르게 처리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당시 주 의원과 안 의원 모두 긴급요청으로 결정문을 요청하면서 안 후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김 모 여인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요청서에 적시했다”며 “이미 두 의원실 모두 양 당사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실명처리하는 것은 무의미했다”고 해명했다. 추가로 비실명 결정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업무협조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16일 신청한 의원들에게 비실명 결정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여섯 분 모두 보도를 기초로 결정문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 6명은 적어도 피해 여성인 김 여인의 인적사항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실명 결정문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또 “주 의원과 권 의원의 경우 결정문 요청 후 제출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 문제되는 것 같은 데 당사자 인적사항을 특정해서 요청하면 검색이 쉽기 때문에 얼마든지 빨리 제출할 수 있다”며 “간단한 판결문을 요청한 한 여당 의원에게는 5분만에 판결문을 제출한 예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의 이 같은 해명은 석연치 않다. 특히 주 의원과 권 의원에게는 실명 결정문을 제출한 뒤 이어 비실명 결정문을 보낸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자료 요청 의원이 당사자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면 비실명 결정문을 제출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결정문이 의원실에서 분실됐더라도 2차적인 신분노출 위험은 그만큼 덜하다.
 
통상 의원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으면 같은 당 의원들끼리는 서로 돌려보고 정보를 공유하게 마련이다. 다른 의원들이 원한다면 자료를 제출받은 의원에게 부탁해 얼마든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굳이 실명·비실명 결정문 등 두가지 버전을 모두 제출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행정처가 의원들에게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제공한 절차적인 부분에는 위법한 부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제공절차는 적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절하지는 않지만 위법하지는 않다는 지적으로 이해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주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결정문을 최초 공개하기 전 어떻게 언론사에서 먼저 보도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원행정처는 가사판결문이나 결정문 등을 언론에 제공할 수 없다. 가사소송법 10조(보도 금지)는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성명·연령·직업 및 용모 등을 볼 때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건 전문인 한 법조인은 “가사소송법 10조를 직접 적용받는 당사자는 법원이지만, 의원들 역시 같은 제한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인사검증 용도로 받은 결정문을 국회에서 공식 발표하기 전 언론에 제공했다면 가사소송법 72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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