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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대통령과 방미…통상 압박 파고 넘을까
31억달러 투자 구체적 계획 밝힐 가능성 높아…신공장 등 우호증진 러브콜 관심
2017-06-21 06:00:00 2017-06-21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파고를 무사히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천 계획 여부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강도 또한 어떤 형태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일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재계의 맞형으로 참석하는 만큼 이번 방미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데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현대차의 최대 수출국으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높아지면 수출에 대한 현대차의 불확실성도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 문제를 거론하며 줄 곧 한·미 FTA가 불공평하다며 재협상해야 된다고 천명해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액이 높은 자동차 분야에 대해 관세 조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을 상대로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관세를 무기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을 압박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다면 미국으로 넘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35% 징벌적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글로벌 업체들에게 유사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멕시코에 기아차 공장을 건립해 북미 수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해 ‘리오’, ‘포르테’ 등 현지 주력 차종을 지난해 총 10만대 생산했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 수출용 ‘엑센트’를 멕시코 공장에서 추가로 위탁생산할 방침이다.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의 징벌적 관세 압박은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차는 곧 바로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 정부에 화답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5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21억달러)보다 50% 늘어난 액수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 회장의 방미가 현대차그룹에게는 1석 2조의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회장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설명하면서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강도를 낮출 수 있고, 미국과의 우호 증진을 원하는 문재인 정부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러브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정 회장이 31억달러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 계획을 밝힐 당시 신공장 건설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에서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을 자동차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미가 현대차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 회장이 직접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주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3년 5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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