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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치솟는 집값 장기 대책 마련해야
2017-06-01 06:00:00 2017-06-01 06:00:00
최근 한 지인은 전셋값이 1억5000만원 이상 뛰면서 서울 목동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이 광화문인 그는 대기업 입사 7년차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결국 출퇴근에 왕복 5시간 걸리는 수도권으로 내몰렸다고 한숨 쉬었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부동산 시장의 집값은 심상찮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라는 지적도 자주 들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집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에 비해 0.30% 올랐다. 11.3 부동산 대책 전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지난해 가을 주간 최대상승률(0.35%)에 근접한 수준이다. 집값 상승세의 중심에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 조만간 관리처분인가 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2㎡는 대선 전 11억원에서 5000만원가량 올랐다.
 
전셋값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주전에 비해 0.08% 오른 이후 9일 0.09%, 26일 0.15%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셋째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전셋값은 지난 3월부터 3.3㎡당 200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서울 아파트 집값·전셋값 상승세에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주택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에 적극 나섰다. 그런데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가 예상되는 차기 정부에서 집값 안정화는 커녕 오히려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출범한 지 한달 가량 된 새 정부는 예상치 못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사이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서민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주거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를 잡아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래 감소로 자칫 집값 붕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부동산 과열 양상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 주택 공급과잉 등의 리스크는 부동산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단기적 대책을 서둘러 내놓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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