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사회책임)“한국 반핵운동에 국제운동 BDS전략 도입해야”
불매(Boycott)·투자철회(Divestment)·제재(Sanction)…비폭력적 국제 저항운동
시민이 경제적·민사법적 권리행사 주체로 국가의 핵 에너지 촉진정책에 제동 걸어야
2017-05-08 08:00:00 2017-05-08 08:00:00
BDS는 불매(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의 약자다. 아랍연맹을 중심으로 한 BDS 운동은 과거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해 벌어졌던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서 비롯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점령 및 인종차별 등 탄압을 방조하는 친이스라엘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저항운동이다. BDS 방식의 저항은 국제법상 허가된 권리이며, 비폭력적이고 인도주의에 기반한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약한 행태이지만 반핵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력생산방식은 단기적인 효율성을 위해 필연적인 재앙의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구조이다. 반핵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핵(反核) 운동에 BDS 운동방식을 적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스라엘에 대한 BDS
최근 방한한 팔레스타인 활동가 니달 아부줄루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거주구역을 수 미터 높이의 장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고 이스라엘 군인이 출입통제소 550여 곳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토지와 건물이 부당한 이유로 몰수, 철거되는 등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내에 유태인 정착촌이 확장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옥의 무단철거에 한국 기업이 제조한 중장비가 동원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올리브 나무에 불을 지르고, 오폐수를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 무단 방류하는 식으로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 특히 식수 등 물에 대한 통제가 심각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물을 얻기 위해 유태인 정착촌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정당한 법 절차를 생략한 체포와 구금도 심각하다. 6개월 단위의 구류 상태가 무한히 연장될 수 있다. 2014년 현재 6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정치범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으며, 이중에는 28명의 의원(議員)과 182명의 미성년이 포함되고, 500명이 구류 상태로 있다.
 
이스라엘의 유태인들 간에도 해외의 어느 지역에서 이주해 온 유태인이냐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 서유럽에서 들어온 유태인들이 상층을 차지하고 이어 동유럽, 러시아 출신으로 대우를 받는다. 아프리카 출신 유태인들이 가장 큰 차별을 겪는다. 심지어 아프리카 출신 유태인들은 헌혈을 해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점령정책과 인권 및 재산권 유린에 항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BDS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BDS 운동은 이스라엘 정부와 ‘공모’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표적인 기업들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현대 중공업 등이 있다. 스타벅스는 이스라엘군을 지원하는 기업이며, 맥도날드는 이스라엘 유태인 정착촌에서 불법적으로 영업 중이다. 현대 중공업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주택을 파괴하는 불도저를 이스라엘에 수출하고 있다.
 
불매(Boycott)는 세계 예술인들이 텔아비브, 예루살렘 공연을 못하게 한 공연 보이코트, 대학 및 학술단체의 학문적 불매가 있고, FIFA가 이스라엘에 회원자격을 주지 않는 등의 스포츠 보이코트 등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제재(Sanction)의 예로는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국교를 단절한 것을 들 수 있다. 투자철회(Divestment) 정책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유린하는 데 공범인 회사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해당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노르웨이 정부가 연기금 투자 관련 금융상품에 대해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많은 교회들이 교회 윤리강령을 제정하여 모토롤라, 휴렛패커드에 투자철회를 한 예도 있다.
 
원전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러 가지 근거로 볼 때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게 중론이다. 동경전력의 전체 직원 1만4000명 중에 15%인 2900명만이 정규직이었다. 인명 사고 중 정규직 사고는 0%였다. 동경전력은 전문가의 지진해일에 대한 가능성의 경고를 무시했으며, 사고 후에도 4시간이 지나서 국민에게 사실을 발표하여 사실은폐를 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그리고 윤리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윤리적 책임이란 물적인 책임이 아니라 투명하고 윤리적 행위를 할 책임으로서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책임이라고 해석할 수가 있으며, 이는 미래 세대의 필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행동 준칙이다. 환경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은 미래를 위한 것으로 추가적 비용을 들여서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며, 브랜드 보험이란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핵 발전 산업과 관련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윤리규범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윤리규범은 보건, 안전, 환경 분야의 권유사항들을 열거해 놓은 것이다. 윤리규범의 주요 항목 중 하나가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입증이 되지 않으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개념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예방의 원칙에 따르면 현재 원전 산업은 어디서도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
 
원전 운영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충실할 때, 그것이 브랜드 보험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보면 부정적이다. 보험은 대수의 법칙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경제적 안전장치가 될 수 있으나 원전 사고가 날 경우에는 이를 보험으로 커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고에 대한 수습비용은 동경전력과 일본 정부가 같이 부담하며, 동경전력은 법적으로 상한선이 정해진 재정적 책임만을 지게 되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며, 원전 산업에서는 근본적 문제해결책은 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원전 운영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원전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반핵의 경제압력 – 소비자불매, 투자철회, 민사법적 제재
국가의 핵 에너지 촉진정책에 대해 시민이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식에는 국가의 정책에 대한 청원, 의견개진 등의 방식, 여론형성을 통한 압력행사의 전통적인 시민운동 방식, 대의민주주의 기구인 정당, 국회 등을 통한 유권자로서의 참여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 투자자, 피해자로서의 경제적, 민사법적 권리행사의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BDS운동은 그중에서 가장 뒤의 분류에 속하며, 앞의 세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통해 정부의 정책에 비협조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비폭력적인 저항방식이 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반핵(反核)을 위해 적용될 수 있는 불매운동에는 핵 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에 대한 불매운동과 핵발전소 건설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의 전력 관계 법체계처럼 소비자들의 전력회사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여, 전력 생산의 에너지원에 관해 소비자가 선택과 거부를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사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 건설사들이 대체로 원전수출산업협회에 가입하여 핵발전소 건설 또는 해외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고, 이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대한 불매운동이 가능할 것이다.
 
투자와 관련해, 아부다비 원전 건설에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사업비 2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대출하기로 한 것과 실제로 31억 달러의 자금이 집행된 것을 주목하여, 이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 불매 운동을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와 관련된 국회의 입법 활동에 따라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가 입법화되기도 했으나 이는 형식적인 규정으로 그쳐서 핵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직접적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 사례가 없었다.
 
불매운동의 추진전략과 전술에 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공유된 가운데 운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소비자 불매와 투자 철회는 다수가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이에 참여한 소수만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뿐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 다수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핵 에너지의 퇴출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소비자, 투자자 및 피해자의 권리를 대표하는 기구를 결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국제 불매운동, 투자철회 운동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는 미국 정부와 뒤퐁사, 보잉사, 로키드 마틴사를 피고로 하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6년 최봉태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 미국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제조와 투하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인 국가와 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개인의 안전과 관련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행동으로서 반핵의 BDS 운동의 취지에 부합하며, 피해당사자에 의한 민사적 제재(Sanction)에 해당할 수 있다. 일본에서 원폭 투하의 피해를 입은 것은 2차대전의 전쟁에 직접 참여한 군인보다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민간인, 한국에서 징용 등으로 끌려온 한국인 등 전쟁 수행 의사와 무관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전쟁 중이었다지만 원폭 투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소송의 제기와 진행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면서 사용하려고 하는 핵 보유국들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압력과 경고가 될 수가 있는 것으로 하나의 운동수단이 된다.
 
지난 3월에 국제 BDS 워크숍을 통해 한국에서 모인 BDS 및 반핵 운동가들은 향후 미국의 핵발전소 확산 정책의 대리자로 나선 일본의 도시바에 대한 불매 운동을 우선적으로 국제 공조 하에 전개하기로 하였고 구체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에서 BDS 운동의 경험이 반핵운동에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효과적인 반핵운동을 위해 소비자 불매와 투자 철회 등 새로운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10일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정리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