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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한 '수제맥주'…뜨는 '수입맥주'
'샌드위치' 신세 된 대형 맥주회사들…하이트·롯데 '울상' 오비맥주 '여유'
2017-04-17 06:00:00 2017-04-17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국내 맥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등의 댜양한 공세가 거세지며 대기업 주도의 시장에서 춘추전국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반입된 수입맥주는 총 22만556t으로 2015년 17만t에 비해 30%나 급증했다. 맥주 수입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2016년 기준 1억8158만달러로 전년대비 31.3% 증가했다. 2014년과 비교해서는 66%가 급증했다.
 
다양한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혼술' 트렌드가 확산되며 가정용 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일대 도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식당가와 주점 등을 제외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채널에서는 올 들어 수입맥주가 국산맥주 매출을 추월한 상태다. 이마트(139480)에선 지난달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51.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산맥주를 넘어섰으며,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비중 역시 47.4%에 달했다. 1인 가구가 즐겨 찾는 편의점 역시 맥주 전체 판매 비중에서 수입맥주가 50%를 일제히 넘긴 상황이다.
 
수입맥주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등이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다양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과 국내 맥주가 이른바 '소맥용' 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수제맥주' 시장 또한 무섭게 성장 중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가 양조 규제를 완화하며 일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수제맥주 시장은 현재 200억원대 규모까지 커졌다.
 
소규모 업체 중심이던 수제맥주 시장에 최근엔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속속 가세하고 있다. 2015년 진주햄이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를 인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패션기업 LF(093050)가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 50%를 인수하고 하반기 맥주 증류소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주류 시장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는 신세계(004170)도 수제맥주 전문점인 데블스도어 점포를 운영하며 마니아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주류업계에선 수제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0.5%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10년 내 10%까지 점유율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소비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일반 소매점에서 수제맥주 판매를 허용함에 따라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세도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국내 맥주회사들도 경쟁력 약화를 상쇄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열중이지만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최근엔 글로벌 맥주 브랜드를 직접 수입판매하며 '맞승부'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맥주사업 부진에 시달린 하이트진로(000080)는 프랑스 밀 맥주 '크로넨버그 1664블랑'과 태국 맥주 '싱하', 일본의 프리미엄 맥주 '기린'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호주 라거 맥주인 '투이즈엑스트라드라이'를 수입 판매하는 등 라인업 보강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롯데주류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맥주 판매 시장에 나서며 아일랜드 크래프트 맥주인 '맥가글스'와 네덜란드 맥주 'NU'를 판매 중이다. 최근엔 충북 충주시 2공장 가동을 앞두고 공급 물량 증대와 함께 시장점유율을 높여 만년 3위 탈출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국내 맥주 3사 중 오비맥주는 유일하게 수입맥주 공세에 개의치 않은 표정이다. 대주주가 세계 최대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인 만큼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고,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등의 공세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이외에도 호가든과 버드와이저 등을 국내서 생산하고 있고 스텔라 아르투아, 산토리 등의 맥주 브랜드를 AB인베브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
 
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비해 제트엑스벤쳐스를 설립해, AB인베브 소유의 미국 시카고 수제맥주 브랜드인 '구스 아일랜드'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오비맥주의 상품매출은 2015년 800억원에서 지난해 111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오비맥주는 국내 주력 브랜드인 '카스'의 성장이 정체된만큼 올 1월, 23년만에 처음으로 대표상품 '카스 후레쉬'의 병 디자인을 개선한데 이어 '카스의 혁신'을 키워드로 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선보인 '호가든 체리' 등의 신제품을 지속 선보여 라인업을 보강할 예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인기가 높아지고 그에 비해 국산 맥주가 시들한 상황에서 자체 생산 맥주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국내 맥주회사들도 제품 R&D 투자와 함께 수입맥주 판매와 수제맥주 시장 진출 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수제맥주 전문펍 데블스도어(왼쪽)와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코너. 사진/신세계푸드·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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