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mm 개인정보 수집 동의' 홈플러스 꼼수에 '철퇴'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취득…무죄 선고한 원심은 위법"
"기만적 광고로 표시광고법 위반…과징금 등 처분 정당"
입력 : 2017-04-07 16:10:48 수정 : 2017-04-07 16:10:4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홈플러스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판매할 목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응모권과 응모화면에 약 1㎜ 크기로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기재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의 의미와 기준, 정보 수집과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1㎜ 크기 공고'가 적정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
 
사건의 쟁점은 홈플러스 등이 경품행사 당시 식별이 어려운 개인정보 수집 공고를 낸 것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이란 개인정보 수집 또는 처리에 동의할지 여부에 관한 정보주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뜻한다”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그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의를 받는 행위 자체만을 떼어놓고 봐서는 안 되고 동의를 받게 된 행사의 전 과정을 살펴 개인정보 수집 등의 동기와 목적, 이와 개인정보의 관련성, 법 위반성, 구체적 수집방법, 특히 민감정보·고유식별정보의 포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 목적 숨기고 고객 오인 유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종합적인 사정을 이런 법리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점,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범위 내 최소한의 개인정보 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원칙을 위반했음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들이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나 심지어는 고유식별정보도 포함되어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이 수집한 개인정보 규모와 이를 제3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고인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72조 2호, 59조 1호에 규정된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제공받은 자도 유죄"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홈플러스와 그 임직원인 피고인들 중 3명이 ‘개인정보취득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 외에,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 약 443만 건을 제3자인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에게 제공한 것과 라이나생명 또는 신한생명 직원인 피고인 2명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홈플러스를 비롯한 피고인 모두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이런 경품행사를 광고하면서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동의해야만 경품행사에 응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기만적 광고 여부는 광고 자체로 판단"
 
같은 재판부는 “표시광고법에 규정된 ‘기만적인 광고’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를 말한다”며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광고 그 자체를 대상으로 판단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광고 된 후 그와 관련된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가 알게 된 사정 등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취지에서 홈플러스 등 원고들이 경품행사를 광고하면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동의해야만 경품행사에 응모할 수 있다는 것을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을 은폐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홈플러스, 개인정보 팔아 148억 벌어
 
홈플러스와 도 전 사장 등은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경품행사를 진행하는 수법으로 고객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하고 이를 한 건당 1980원씩 7개 보험사에 팔아넘겨 총 148억여원의 불법이득을 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홈플러스 전·현직 직원 3명은 비슷한 기간에 고객들의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개인정보 약 1700만건을 넘기고 83억5000여만원의 불법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사건에서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행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과징금 4억35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공정위 과징금 처분사건(행정사건)을 맡은 원심 재판부는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형사사건을 담당한 1, 2심은 "개인정보 수집 및 제공 동의 문구는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권이나 의약품 설명서 등을 보면 같은 크기의 활자가 다양하게 통용돼 있다"며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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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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