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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문기섭 고용정책실장 "10번째 청년일자리 대책 마련, 그만큼 절실하다"
"실업난은 구조적 문제에서 파생, 단기적 해결 어려워"
"모성보호제도, 확대보단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직급 오르면 쓸데없는 회의만…일 문화 바꿔야"
2017-04-05 06:00:00 2017-04-05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19대 대통령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일자리다.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장기 불황으로 채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업률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막 경제활동에 뛰어든 청년들과 임신·출산 여성,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 장년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지난해 4월 기준 경력단절여성은 190만명에 이른다. 1980년대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만나 일자리 주무부처로서 고용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문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이렇게 실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청년 실업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 약화, 경력직 선호,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신규인력 수요가 저하되고 있다. 또 에코세대의 영향으로 청년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인 20대 인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이 밖에 고학력화로 인한 수급 불균형,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60세 정년제 시행으로 인한 노동시장 불확실성 증가도 청년 실업률이 증가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청년 실업난과 관련해 정부는 어떤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우선 중소기업이 청년들이 갈 만한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격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장기근속과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더 많은 기업과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에 있다. 또 청년층의 희망요건을 반영한 청년친화강소기업을 선정해 홍보하고, 상생협력기금 등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상생결제시스템, 종합심사낙찰제 등을 통해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채용관행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니다.
 
기존에는 민간의 채용권한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과도하단 판단에 차별적 채용, 허위 구인광고만 제재했다. 그런데 청년 실업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최근에는 입법으로 채용서류 기재항목을 제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는 그렇게까진 아니고 스펙보단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도 그 일환이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구직자를 걸러내는 수단으로 기업들이 일률적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NCS 같은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우수사례를 알리는 등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현 정부 들어 청년 일자리 대책만 열 번이 나왔지만, 실업률은 매년 오르고 있다.
 
그 부분은 청년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대부분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경제구조, 교육 등에서 파생되는 시기적으로 후순위적인 문제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단기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고, 정부도 그런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청년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적 관심도 높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대책을 만들거나 보완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대책을 내놓는다기보단, 정부도 그만큼 절실한 마음으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청년 실업만큼 심각한 문제가 임신·출산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데.
 
먼저 출산·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이 경우 소득의 일정 부분이 지원된다. 초보적 수준이지만 배우자 육아휴직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어린이집도 확대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문화적 측면이다. 눈치가 보이고, 동료들에게 업무가 떠넘겨질 것도 걱정이다. 여기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근로감독이란 사법권과 건강보험 데이터를 연계해 각 사업장에 모성보호 제도를 알리고,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활용해 일·가정 양립에 부정적인 기업들의 명단을 공표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됐을 때 재취업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 곡선은 M 형태다. 가운데 떨어지는 부분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과제인데, 고용률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격 소지자나 전문직종 종사자는 그나마 재취업이 원활하지만 대부분은 구해봐야 저임금 일자리다. 주로 서비스업인데 이 문제는 서비스산업의 전반적인 근로조건을 높여야 해결되는 문제다. 대·중소기업, 원·하청 간 건전한 거래·계약 풍토를 조성하는 등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육아휴직기간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있다.
 
정부 입장에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법과 기존에 혜택을 못 받던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전자의 경우 공무원과 대기업·공공기관 종사자만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단 중소기업이나 어려운 계층에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질문이다. 5년 이내에 대다수의 베이비부머가 현직에서 은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나라는 50세 전후면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다. 그리고 20년을 더 일한다. 왜 일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생계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은 주된 일자리에서 떠나는 시기에 연금 수급이 시작된다. 재정부담을 줄이고 연금을 늘리고자 주된 일자리에서 되도록 오래 일하도록 유도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50세 전후에 퇴직해 66~67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그 사이 생업전선에 뛰어드는데 일자리가 만만치 않다. 재취업해도 임금은 종전 일자리의 절반 수준이다.
 
-장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기본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개선해야 한다. 성과급 내지는 직무급, 역할급으로 바뀌어야 미래의 장년층인 지금의 청년층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 일하는 문화도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직급이 오르면 업무량이 줄고 쓸데없는 회의를 주재하는 일만 많아진다. 반대로 선진국에선 오래 일할수록 전문성과 역량이 쌓여 나이가 들어도 기업에서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장년층 스스로도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이미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 장년층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고용장려금 제도를 장년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고용서비스망 정비를 추진 중이다. 근본적으로 장년층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지려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우선 일자리 수요 측 산업을 담당하는 각 부처와 협업해 보다 나은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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