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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자영업하고 싶지 않아요” 인사동 와플 사장의 절규
7년새 보증금·임대료 폭등, 법 보호받지 못해, 강제집행 위기
2017-04-02 15:30:08 2017-04-02 20:42:2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 다섯시 반부터 7년간 일한 결과가 쫓겨나는 것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시는 자영업자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에요.”
 
지난달 31일 찾은 림벅와플(더 올레)는 인사동 입구에서 와플과 생과일쥬스 등을 파는 가게다. 그러나 현재 가게 입구에는 ‘영업 중’과 함께 ‘투쟁기간 중 전 메뉴는 할인해드려요’라는 어색한 문구가 붙었다. 평소 주문을 받던 주문대는 강제집행에 대비해 막아놔 작은 창으로 주문이 가능할 뿐이다.
 
최근 서울과 전국 곳곳이 그렇듯, 림벅와플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갈등을 빚고 있다. 한때 인사동 방문객들이 앞다퉈 찾아가고, 단골손님 많기로 유명하던 와플가게는 지금 강제집행을 앞둔 상태다.
 
박서현 림벅와플 대표(50·여)는 “장사를 결심하면서 오랫동안 장사하기 위해 알아보고 알아봐 2010년 9월 권리금 1억7500만원 보증금 2200만원에 월 194만원 조건으로 5평 남짓되는 가게를 열었다”며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주말 알바만 두 명을 써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동 상권이 뜨기 시작하면서 건물주 측은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고, 림벅와플 보증금과 임대료는 몇 번의 인상 끝에 보증금 1억원, 임대료 315만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2015년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며 ‘동일업종 임점 금지’를 약속하더니 7개월만에 저가 음료 프렌차이즈가 같은 건물에 들어와 매상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이에 대해 항의했더니 권리금을 조금만 받고 양도양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건물주 측과 림벅와플은 지난해 9월 명도소송을 시작했고,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 측은 체납 임대료 납부, 강제집행 미집행, 5월10일 양도양수 등의 내용으로 양도양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난달 21일 림벅와플은 부동산강제집행 예고장을 수령했다.
 
수년간의 갈등으로 박 대표도 경제·심리적으로 지칠만큼 지친 상태다. 한때 남부럽지 않던 가게는 매출이 1/4로 줄었으며 박 대표 부부 역시 알바생 하나 없는 가게에서 겨우 버티는 중이다.
 
박 대표는 건물주 측으로부터 임대료 부당 인상, 권리금 축소 요구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건물주 측이 같은 건물 다른 점포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과 박 대표에 대한 사과만을 요구하는 중이다.
 
박 대표는 “더이상 이 곳, 아니 다른 곳에서도 장사할 마음은 없지만, 그동안의 세월과 남아있는 상인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며 “임차인도 사람이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물주 측은 림벅와플에 대한 임대료 인상 등이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합의서 내용 중 체납 임대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은 만큼 강제집행예고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주 측은 “권리금은 임대인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임차인을 배려해 소송을 이겼는데도 기다리는 중”이며 “강제집행 이전이라도 권리금을 챙겨서 나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인사동 입구에 있는 림벅와플 모습. 강제집행을 대비해 판매대를 작게 해 영업 중이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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