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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황재근 팝한(POPHAN) 대표 "한복이 가진 디자인적 요소 패션으로 발전해야"
15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신한복 판매·한복 라운지클럽파티 등
"시선을 받게 만드는 옷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옷으로 만들겠다"
2017-03-30 08:00:00 2017-03-30 08:00:00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경복궁, 인사동 등 거리를 걷다보면 전통 한복을 입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이제 서울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예전에는 주로 외국인들이 체험용으로 한복을 입었고 국내에서도 한복은 결혼식이나 특별한 때만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 조금씩 한복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복에 대한 인식 변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한복을 일상 생활에 평상복으로 입는 사람들을 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한복은 특별한 날 입는 불편한, 혹은 특별한 옷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복이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패션의 일부가 되기를 꿈꾸며 나아가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야심찬 대표가 있다. 한복을 새롭게 재해석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며 우리나라 한복 사업의 활성화를 돕고 있는 '팝한(POPHAN)'의 황재근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K글로벌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선정 후 미국 필라델피아 시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재근 팝한 대표. 사진/팝한
 
황재근 대표가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팝한은 한복 디자이너들의 플랫폼 회사다. 팝한은 신한복, 생활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함께 한복을 유통하며 한복을 패션의 일부로 재해석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복을 현대적인 공간에서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 활동 역시 진행 중이다.
 
팝한은 한복 온라인 편집샵인 낯선(www.notsssun.com)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한복을 더이상 낯설지 않게 만들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낯선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신한복을 구매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지금은 신한복도 생활속에 입기는 조금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낯선에서 판매하는 한복들은 충분히 패션으로 입을만한 한복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낯선은 스튜디오 키세, 로드한복 옌, 리유, 아랑 등 패션 브랜드 15개와 협업을 맺고 있어 다양한 신한복들을 접할 수 있으며 온라인 샵 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 행사, 한복 패션 전시, 기획전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팝한이라는 이름에는 영어 단어 'POP'과 한복의 앞글자를 다 만든 이름으로 한복을 재해석하고 '팝'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연결하고자 하는 황 대표의 꿈이 담겨 있다.
 
국악인 꿈꿨던 어린시절, 한복에 대한 불편한 시선 느끼기도
 
강릉에서 자란 황 대표는 어린시절 전통무형문화재 '강릉 오독떼기' 계승자 교육을 받았다. 특히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었던 황 대표는 거문고, 단소 등 교육과정을 거쳤고 국악고 진학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한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느껴지는 불편한 시선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황대표는 전한다.
 
황 대표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주변의 시선을 느낄 수 없었지만 중학교 진학 이후 국악 콩쿠르 등 무형문화재 공연을 위해서 학교에 한복을 입고 갈 때면 매우 힘들었다"며 "선생님을 비롯해 주변 친구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악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라고 토로했다.
 
이후 국악고 진학을 포기한 황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진학해 경영학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국악인으로써의 길은 더 이상 걷지 않게 되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마음 속 한켠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경영학을 공부하던 황 대표는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중국 베이징에서 북경대 학생들과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때 베이징에서 중국의 전통의상을 재해석해서 판매하는 한 스타트업 기업을 접한 후 팝한 창립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황대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중국 전통의상을 재해석해 판매했던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점을 14군데다 가지고 있었으며 외국인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중국 정부 역시 전통 의상을 재해석하며 판매하는 것에 대한 적극 지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베이징의 기업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며 "대학에서 배운 경영학적 지식과 마케팅 경험을 살려서 한복을 현대적인 공간에도 어색하지 않게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며 당시 느낀점을 전했다.
 
신명이-나르샤 한복 파티 현장. 사진/팝한
 
한복 라운지클럽파티 등 한복의 파격 변신
 
팝한은 한복을 좀 더 일상에 가깝게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월 팝한이 와디즈와 함께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신명이 나르샤-한복파티'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에 한복을 입고 클럽을 가는 획기적인 이 프로젝트의 티켓 판매는 큰 성공을 거뒀고 목표 금액의 218%를 달성했다.
 
황 대표는 "고궁이나 전통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오히려 조금은 튈 수 있는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한복을 입고 놀 수 없을지 생각했고 다행히 많은 분들이 즐겁게 라운지클럽파티에 참가했으며 후속 파티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황 대표는 신한복의 해외 진출 역시 꿈꾸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해 K글로벌 엑셀러레이팅에 선정됨에 따라 뉴욕 및 중국 시장에 다녀올 수 있었다"며 "두 나라 모두 한복을 한국의 전통 의상으로 소개했을 때는 전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새로운 패션으로 소개하고 한국의 전통의상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이야기 했을 때는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한복이 가진 직선적인 라인들을 높게 사주는 모습이었다"며 "따라서 함께 하는 디자이너 분들도 이런 부분으로 한복을 어필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으로 한복이라는 아이템을 들고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는 기대보다는 전통성 훼손 등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고 그는 전한다. 황 대표는 "한복을 지켜야할 전통으로만 생각해서 더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를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팝한은 전통은 전통으로써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한복이 가진 디자인적 요소는 패션으로서 발전해 나가야만 한다고 본다. 이렇게 전통으로써 변형 없이 지키기만 해서는 더 이상 아무도 한복을 입지 않을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모노 스타일'처럼 '한복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익숙해 지는 날이 오길"
 
황 대표가 꿈꾸는 한복의 미래, 또 팝한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황 대표는 10년 후에는 팝한이 한복을 세계에 패션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게 만든 기업이 되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흔히 '기모노 스타일' 혹은 '치파오 스타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듯이, 10년 후에는 '한복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져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문화 등이 정착된 것만 해도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복 패션의 대중화와 활성화를 희망하는 황대표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단지 한복을 전통 의상 혹은 고궁에서 사진 찍기 위해 빌리는 옷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를 표현하는 패션의 일부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나에게 한복은 입으면 주위의 시선을 받게 만드는 옷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입어서 나를 표현하는 옷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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