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오매불망’ 반 전 총장만 바라보던 인사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목표를 잃어버린 이들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일 것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경대수·이종배·박찬우 의원 등 충청권 의원 10여명은 그동안 반 전 총장의 대선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은 특히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 연속 정 전 원내대표 사무실에 모여 반 전 총장을 언제 도와야 되는지, 언제 탈당을 결행해야 되는지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모두 허사가 됐다. 정 전 원내대표는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한 바 있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정 전 원내대표와 충청권 의원들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반 전 총장을 돕겠다고 선언했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 의원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분당 과정에서 분당파에 몸을 담았다 막판에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반 전 총장 옆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나 의원이 결코 새누리당과 함께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지난달 12일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날 서울 동작구 자택 복귀 환영식에 참석하는 등 꾸준히 그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나 의원은 현재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됐다. 새누리당에 남아 있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바른정당에 합류하기도 모양이 빠진다. 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반기문 전 총장 개인이나 대한민국의 긴 역사를 볼 때에는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 내에서도 꾸준히 반 전 총장의 영입을 주장해왔던 인물로 꼽힌다.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을 외교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내치 국무총리에 오른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차기 총선 불출마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원내각제 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유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낙점될 경우 김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유 의원 대신 남경필 경기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 캠프 합류가 확정됐던 오 최고위원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대로라면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제가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가 됐을 것”이라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반기문 캠프에서 선거를 지휘하는 입장으로 제 입장 발표를 밝히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직까지 내던지려했다는 발언이 나오자 바른정당 지도부는 일제히 오 최고위원을 바라보기도 했다.
오 최고위원의 반 전 총장 캠프행이 무산되면서 당내 대선 후보들과의 관계 설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오 최고위원을 통해 반 전 총장과의 끈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유 의원과 남 지사가 반 전 총장 캠프 좌장을 맡으려했던 오 최고위원을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오 최고위원은 당분간 이번 대선 국면에서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왜 정치교체인가'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나경원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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