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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최악의 불청객 AI에 '패닉'
주원료 계란 수급 비상…제빵·제과 비상근무 돌입
2016-12-21 11:28:40 2016-12-21 11:28:4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식품업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계란을 주 원료로 쓰는 제빵·제과 업계는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으며 사태가 악화되자 전란액(껍데기를 제거한 계란 가공제품)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부 시중 음식점들은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제품에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제과업계는 계란 수급을 위한 비상이 걸렸다.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최근 한 달 간 계란유통 자회사 에그팜을 통해 거래하던 양계 농가의 계란 공급량이 20%가량 줄어들었다. 전국 산지를 수소문 해 가까스로 물량을 확보했지만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연말까지의 물량은 겨우 확보했지만 내년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가맹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영점보다 가맹점에 우선 공급 중"이라고 말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산지 농가를 수소문하며 물량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베이커리 업계 최대 대목인 성탄절을 앞두고 AI 사태가 발생해 피해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거래처들로부터 계란을 공급받아 왔는데 AI 사태가 한 달간 이어지며 신선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평소 거래하던 농가가 아니면 안정적으로 물량을 보장받을 수 없어 더 고민이다"고 말했다.
 
제과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제빵업계에 비해 직접적인 피해는 덜하지만 AI 사태 장기화로 원료 수급 불안정, 원가 압박 등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제과업계는 제품 생산 시 '전란액'과 '난분'(껍데기를 분리한 계란을 가루 형태로 건조한 제품)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전란액 가격이 지난달대비 3~4% 오른데 이어 AI 사태가 지속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이에 롯데제과(004990), 해태제과식품(101530), 오리온(001800) 등은 주원료인 전란액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 품귀'현상이 지속되자 벌어지고 있는 일부에서는 사재기 논란도 빚어졌다. 제빵업체인 SPC 직원들이 마트를 돌며 계란을 사들인 계란 수백 판을 서울 양재동 사옥 지하 주차장에 모아뒀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SPC 측은 "일부 부서 직원들이 계란 품귀를 걱정해 애사심에서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며 제조용이 아닌 연구개발용으로만 쓰였다"고 해명했지만 계란 수급의 심각성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시중 음식점들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없애거나 식재료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서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이번주부터 당분간 계란말이 등 계란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손님도 줄고 불경기인데 생각지도 못한 계란까지 속을 썩일 줄은 몰랐다"고 푸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대책에도 계란 값이 대책 없이 오르고 있다. 2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계란을 '1인 1판'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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