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촛불의 일렁임. 그것은 바다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심의 분노였다. 맥박처럼 튀어오르는 촛불의 파도는 이제 해일이 되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 광주 금남로에, 부산 중앙대로와 전포로에 휘몰아치며 전국을 뒤덮었다.
3일 열린 제6차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서울 170만명, 지방 62만명 등 총 232만명(이날 오후 9시30분 주최 측 추산)으로 헌정사상 가장 많은 국민들이 광장과 거리로 동시에 쏟아져 나와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산”을 외쳤다. 이날 경찰 추산 인원은 42만4000명으로, 주최 측 추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2000년대 이후 최대 인원이었다.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 8만명(주최 측 70만명),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13만명(주최 측 20만명)을 훨씬 넘었다.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 참여 국민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지난 10월30일 1차 집회 3만여명(경찰 추산 9000여명)이었지만 2차 집회(11월5일)는 지난해 11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후송됐던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 20만여명으로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개명 최서원·구속기소)씨 모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자 3차 집회(11월12일) 부터는 참여 국민이 폭발적으로 늘어 100만여명이 참여했다.
4차 집회(11월19일)는 서울 60만명, 전국 총계 95만명이 참여해 주춤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5차 집회에 서울 150만명, 지방 40만명 등 총 19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바람이 불면 촛불도 꺼진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망언도 시민들의 집회 참여에 한몫 했다. 5차 집회의 경우 경찰은 당일 오후 7시40분을 기준으로 서울 27만명, 전국 33만명으로 집계해 주최측과 100만명 이상 차이가 났지만 경찰 추산 인원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이번 6차 집회에 역대 최대규모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든 것은 지난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 내용과 탄핵소추 발의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기폭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자신의 범죄행위를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으로 돌리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의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국회도 당파적 계산으로 지난 2일 종결짓기로 했던 탄핵소추안 발의가 무산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역대 최대 인원이 전국 곳곳에서 집회에 참가했지만 이렇다 할 사고나 형사입건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소방당국에 따르면, 공식 집회가 모두 종료된 이날 서울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소방활동은 총 35건에 불과했다.이송 17건, 현장처치 17건, 안전조치 1건 등이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김포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하던 김포시민들이 서울 당산역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크다면 큰 사고였다. 탑승자 22명 전원이 다행히 타박상 등 경상에 그쳤으며, 중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6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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