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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중동 보다 중남미 감소폭 커…내년 전망도 암울
중남미 수주 65% 급감, 중동·아시아는 41% 감소
트럼프 여파…저유가 장기화에 이란 수주 걸림돌 가능성도
2016-11-10 14:21:15 2016-11-10 14:21:1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중남미 지역의 수주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건설사들의 기대가 높았던 이란 시장에서의 수주가 지연되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수주 시장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26억5827만1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유가와 경제 불안이 이어지면서 주요 산유국들이 발주량을 줄인 탓이다.
 
지역별로는 국내 건설사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중남미 지역이 14억5133만6000달러로 지난해 대비 65% 급감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중남미 지역은 중동과 마찬가지로 원유 등 자원수출이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수주액이 감소했다.
 
대표적인 중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우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국가부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500% 이상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166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중남미 지역에는 현대건설(000720), 포스코건설, GS건설(006360),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브라질, 베네수엘라,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석유화학플랜트, 발전소 등 산업인프라 시설이 대부분이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진출지원실장은 "지난해는 중남미 지역에서 GS건설이 26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있었던 반면 올해는 아직 수주소식이 없어 통계상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원사들이 목전에 두고 있는 중남미 대형 프로젝트 계약이 연내 체결될 예정"이라며 "계획대로 수주가 이뤄지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에 이어 주요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85억3259만9000달러)과 아시아(101억645만5000달러)도 각각 41% 줄었다. 이외 유럽 41%, 아프리카 6%, 태평양·북미 2% 순으로 집계됐다.
 
해외수주 주요 시장과 신흥시장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수주액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이란 시장 수주도 계속 지연되고 있어 올해 해외수주가 30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397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 해외수주 전망도 어둡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산유국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준은 아닌 데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등의 국제 정치적 영향도 저유가 현상을 지속시키는 데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중동과 아시아에 비해 북미 지역 수주 비중이 높지 않아 큰 여파가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후보가 신보호무역주의 내걸고 있고 자국 내 석유자원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국제 오름세에 있던 국제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미 지역은 국내 건설사의 수주 비중은 낮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액이 가장 적게 감소한 지역이다. 미국 내 노후 인프라 수요가 높아 국내 건설사들에게 신시장으로 인식돼 있다.
 
아울러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확정으로 인한 미국 금리 인상 및 이란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해외수주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트럼프가 그동안 공약에서 밝혔던 대로 대통령 취임 후 이란에 대해 강경책을 쓸 경우 건설사들이 추진했던 이란 관련 수주들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취소될 수도 있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내년 해외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데 이어 내년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칠레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포스코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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