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우리나라의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측정됐다.
한국은행은 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민간신용(민간부채)은 2014년 이후 경기회복세가 미진한 상황에서도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민간신용이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신용은 1988년 이후 세 차례의 순환기를 거쳐 현재 제4순환기의 확장국면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확장국면의 지속기간은 22분기로 과거 확장국면의 지속기간 평균치인 22.3분기에 근접한 수준이다.
한은은 민간신용이 경기처럼 순환 변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과거 세 차례 수축국면으로의 전환이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리먼 사태 등 주요 금융사건을 계기로 일정 시차를 두고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확장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확장기에 있는 우리나라 민간신용의 증가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빠른 수준이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 9월 신용갭을 기준으로 국가별 민간신용의 리스크 누적 정도를 평가한 B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신용갭은 3.1%포인트로 호주, 일본 등과 함께 '주의(2~10%포인트)' 단계로 나타났다.
신용갭은 금융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부채(신용)가 장기적인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30.1%), 캐나다(12.1%)는 위험수준인 '10%포인트'를 초과하는 '경보' 단계로 분류됐다.
민간신용의 제4순환기 확장국면은 가계가 주도했다. 가계신용비율은 2010년 초 매우 짧은 수축국면을 거친 후 25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주택시장 호조 등이 발생한 2014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신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기업신용과 달리 큰 조정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가계신용비율 상승세가 과도한지 평가하기 위해 BIS 방법론을 준용해 신용갭을 산출해본 결과 가계의 신용갭은 지난해 1분기 플러스(+)로 전환된 후 최근 그 폭이 '주의' 단계 임계치인 2%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계신용비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167.5%,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90.0% 수준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우려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곳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브리핑에서 "아직 한국의 BIS 신용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지 않아서 심각하지는 않지만 추세가 빠르게 늘어나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로 보고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 외에도 현재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 국제유가 변동, 미국 연방준비제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향후 통화신용정책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민간신용순환, 주요국 민간신용 증가율 및 민간신용비율. 자료/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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