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영상 5도씨의 매운 가을추위가 찾아온 29일 주말, 전국 곳곳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주최 측은 주말인 데다가 날씨까지 추워져 애초 2000명 안팎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3만여명(경찰 추산 9000여명)이 운집해 집회에 동참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회 참석 인원들도 다양했다.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각 대학 학생들부터 청소년, 회사원, 중장년층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 앞 서울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가족단위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강태원(42)씨는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기고 처와 둘만 나오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따라 나서 함께 참여했다”며 “어린아이들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알고, 박 대통령이 왜 대국민 사과까지 나섰는지 다 안다.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같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서모(22)씨는 “부끄러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 같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우리가 한국인임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외국인 친구에게 그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50대 중반의 한 남성 시민은 “나는 박 대통령을 뽑았다. 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나라냐. 배신감과 모멸감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분개했다.
이날 야당 인사들도 집회에 참여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공개발언을 통해 “게이트 수사가 박 대통령에게 공유되고 최순실에게 까지 공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리에 있는 한 진실규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국민의 머슴인 박 대통령이 상황 최순실을 끼고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우롱했다. 통치권한을 근본도 알 수 없는 무당 가족에게 줬다”며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계광장부터 종각, 종로 2가,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다. 집회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최순실 구속”, “박근혜 내려와라” 등 구호를 외치며 농성에 들어갔고 자정을 넘겨서까지 집회가 계속됐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이날 경찰은 60개 중대 병력 4800명을 배치했으며, 홍완선 종로경찰서장 지휘로 질서를 유지했다. 홍 서장은 신고된 집회 시간이 종료된 뒤 4차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인도로 올라가 달라.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시민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피했다. 경찰은 과격시위를 대비해 살수차를 대기시켰지만 평화적 시위가 이어지면서 철수시켰다.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전주, 제주 등지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부산은 파업 중인 철도노조원들과 대학생들이 중구 광복로에 운집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울산에서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이날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민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전주에서도 시민들이 세이브존 앞에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회의’가 열렸으며 제주에서도 이날 오후 7시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학원생들도 이날 공동 시국선언에 나섰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전국 10개 주요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역사관 사자상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퇴진 및 최순실 게이트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선우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국정이 농단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이번에 10개 주요 대학원이 공동으로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하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들과 대치하며 "박근혜 퇴진"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며, 11월 12일에는 15만명 규모의 민중총궐기 대회를 계획 중이다.
또 인천에서는 30일 오후 2시부터 인천평화복지연대 주최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앞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인천시민 선언운동 기자회견과 캠페인’이 열릴 예정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