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시도 접고 일단 철수
"유족 측 반대 의사 존중"…강제집행 가능성 여전
입력 : 2016-10-23 15:51:04 수정 : 2016-10-23 16:25:43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경찰이 고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 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유족 측 반대로 일단 철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검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25일까지 강제집행을 또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이면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23일 오후 12시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 천막에서 유족 측 법률대리인과 30분간 면담 후 "한 번도 부검과 관련한 협의에 유족과 만나지 못하고, 유족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았다"며 "오늘은 유족이 직접 부검과 관련한 의사를 경찰 측에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에서 정확하게 부검을 반대하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 오늘은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홍 서장은 부검 영장과 관련해 "유족을 만나지 못해 보여주지 못했다"며 "기본적으로 공개될 부분은 공개심사위원회를 열어 공개했으며, 영장 집행 당시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홍 서장의 브리핑 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대화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씨 장녀 도라지씨는 "경찰을 직접 만나면 경찰이 협의한다며 명분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며 "대리인을 만나는 것이나 우리는 만나는 것은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남기 대책위 측도 "대리인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꼭 만나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영장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빙성이 없으므로, 영장 시한이 끝나는 날까지 백 농민을 같이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백 농민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며 "이런 각오로 경찰의 불법적인 영장 집행을 단호히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홍 서장은 유족 측의 입장을 전해 듣고 "유족 측이 직접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족 측의 반대 의사를 존중해 오늘은 철수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1시15분쯤 차를 타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검 영장(압수수색 검증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홍 서장이 직접 현장 지휘했으며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경력 800여명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 등이 장례식장 입구에서 경찰 진입을 막으면서 한동안 대치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8일 유족과의 협의 등의 조건을 달아 백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경찰은 6차례 걸쳐 유족 측에 부검 관련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유족 측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 응할 수 없다며 영장 집행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날 경찰의 영장 집행 시도는 부검 영장 집행 기한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홍 서장이 "영장 만기 시점까지 이틀이 남아있으므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영장에 대한 집행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경찰이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에 나선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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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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