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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리는 이재용호…과제도 산적
27일 임시주총 통해 등기이사 선임…노트7 사태 수습 등 경영능력 검증대로
2016-10-23 16:25:19 2016-10-23 17:16:09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이 무난히 주주총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악재 속에 지배주주의 법적 책임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대다수 주주들은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관식의 영예와 함께 그 앞에 놓인 숱한 난제들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재용호가 마주한 삼성의 오늘이 비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오는 27일 임시주총에 상정될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단일 주주 중 가장 많은 8.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책임경영 강화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주요 주주들에게 선임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경영사안을 논의·결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총수 일가 중에서는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등기이사는 자본시장법상 연봉도 공개해야 한다.
 
논란이 돼 왔던 그의 경영능력을 시장에서 검증받고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법적 책임 이상의 부담이다. 당장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땅에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품질경영 기조를 되찾아야 한다. 막대한 비용 지불을 무릅쓰고서라도 삼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이미지를 복구시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이를 위해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사과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삼성 내부에선 해당 사업부(IM)에서 해결할 사안으로 선을 긋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대신, 안전성 검증 프로세스도 전면 수정키로 했다.
 
조직문화도 뜯어 고쳐야 한다. 이번 사태로 1등을 위한 조급증의 폐단이 드러났다. 애플을 의식해 충분한 검증 없이 갤럭시노트7 출시일정을 서둘렀고, 급기야 정확한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배터리 문제로 치부하면서 기술의 한계와 더불어 경직된 위계구조의 맹점도 드러났다. 품질과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는 1등주의의 근본적 혁신을 꾀하지 않고서는 삼성의 미래도 없다는 게 현대 기업사의 교훈이다. 특히 소니와 노키아의 몰락에서 보듯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과거처럼 패스트팔로어 전략만을 고집해서는 구글과 애플의 퍼스트무버 지위로 올라설 수 없다.
 
지배구조 개편도 불가피하다.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이는 삼성의 해묵은 과제다. 핵심은 과거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형성된 순환출자 구조 해소로, 이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맞닿아 있다. 게다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만 100개 이상일 정도로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 의지가 간단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방증"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삼성전자 분할 등 구조 변화가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단행될 임원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미래전략실 축소 등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을 통해 친정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신상필벌의 문책성 인사는 불가피해졌다. 여기에다 태산처럼 견고하던 '이건희의 삼성' 이미지를 벗는 것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그에겐 숙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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