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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쿠바 여행으로 외계 ‘서울’을 보다
너는 쿠바에 갔다|박세열 지음|숨쉬는책공장 펴냄
2016-10-20 06:00:00 2016-10-20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아바나로 향한다. 마트에 식재료가 넘쳐나고, 밤거리의 불빛에 잠 못 이루는 서울을 떠난다. 먹고, 마시고, 자고, 싸고, 몸을 덥히는데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이곳과는 조금 다른 곳에 잇닿으리라는 환상을 안고 간다.(19쪽)”
 
박세열 프레시안 기자의 ‘너는 쿠바에 갔다’가 나왔다.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쿠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안에 한국 사회가 있다.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통해 본 자본 중심 사회 속 우리가 있다.
 
그의 여행은 도시적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욕구로부터 시작됐다. 눈앞의 서류들과 건조한 말 틈 바구니에서의 강구책이었다. 자신의 생에 “단 한 번의 혁명도 없었다”고 깨달은 그 때 ‘외계’ 쿠바로 향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던 자본 속 시스템을 낯설게 보기 위해.
 
산책자의 시각으로 아바나 구석구석을 누비며 쿠바인들의 삶을 마주한다. 박 기자 자신의 눈으로 관찰하지만 흥미롭게도 시점은 2인칭 ‘너’다. 때문에 저자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우리의 고민으로 환원된다.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들른 국영 마트에서는 경쟁 상품도, 마케팅도, 판촉도, 호객도 없다. 직원들은 필요한 물건만 팔고 고객들은 필요한 물건만 살 뿐이다.
 
물 한 통을 사기 위해서는 동네의 온 슈퍼마켓을 뒤져야 할 때도 있다. 대신 국가에서 운영하는 물차가 국민들의 삶을 지탱한다. 국민들은 이 물로 생명을 유지하고, 요리하고, 몸을 씻어낸다.
 
도로 위에는 느릿느릿 가는 마차와 달구지, 자전거가 자동차와 함께 ‘탈 것’이란 동등한 이름으로 서서 신호를 기다린다. 길을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경적을 울리는 사람도 없다. 모든 수단들은 평등하게 운행할 수 있는 주체로서 대접받는다.
 
저자는 우리와 사뭇 다른 이러한 풍경들을 쿠바가 겪어온 역사적 과정 속에서 서술한다. 지난 수백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나 미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 세월의 흔적이 오늘날 국가가 소유권과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까지 자연히 연결된다.
 
역사적 과정에 따른 필연성을 따라가다 보면 ‘저개발’과 ‘미개’라는 단어로 이해하려 했던 쿠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안락과 풍요보다 지속 가능함과 사회의 평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움직이고 있는 쿠바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책의 결론은 “그래서 쿠바는 우리와 너무도 다르다”이다. 쿠바를 통해 우리에게 당연시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사실은 인간이 만들어 낸 불온전한 체제임을, 만지고 다듬어야 할 체제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시스템이 주는 안락함에 취해 세상의 부조리와 부조화를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내리는 죽비와도 같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에 권한다. “딱 한 달 쿠바, 어떤가?”
 
책 '너는 쿠바에 갔다'. 사진/숨쉬는책공장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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