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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가려진 건설업 구조조정
주택시장 호조로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서 제외
국내외 수주 줄지만 업체 수는 증가…수익성 악화 불가피
2016-10-16 11:00:00 2016-10-16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건설업은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업종과 함께 5대 취약업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조선과 해운업종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고, 철강과 석유화학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최근 시작됐다. 반면 건설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택시장 호황을 맞으면서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주택을 제외하고 다른 사업 분야는 점점 사정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건설사 전체 수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해외수주는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고, 토목·플랜트 등 다른 사업 분야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SOC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토목분야의 일감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사업 비중이 적은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 건설사를 하루빨리 솎아내고 입·낙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정상적인 영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181억8669만4000달러로 지난해 대비 46% 급감했다.
 
또 상반기 말 기준 건설사의 국내 수주액은 69조4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 이중 토목분야는 16조2669억원으로 26.1% 급감했고, 건축 분야는 1.7%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택시장 호황으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주요 건설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토목이나 플랜트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체 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주택을 제외하고 토목, 플랜트 일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건설업체 수만 늘면서 입찰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수주단가는 더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건설업체 수는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5만9265개에서 2014년 5만9770개, 2015년 6만1313개, 올 상반기 말 6만2640개로 2년6개월 만에 5.7% 늘었다.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신축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대형사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엔지니어링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곳도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000830)은 이미 상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이달 약 100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플랜트 등 저유가로 일감이 감소한 사업부를 대상으로 인력 재배치 또는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 솎아내야 할 페이퍼컴퍼니 등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주택시장 호황으로 건설사들의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일감이 소진되는 2~3년 후부터는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입찰제도 개선 없이는 근본적인 구조조정 힘들다"며 "관련 제도나 정책의 개선 등 정부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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